2013학년도 수능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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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도 쉬운 수능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쉽게 출제해도 변별력 확보는 필요하다. 쉬운 수능의 핵심은 수리영역이다. 다른 영역이 쉬워도 수리영역이 어려우면 수능이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별력을 확보하는 기준점으로 만점자 수를 0.5~0.7%로 설정할 수 있다. 이는 1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로 93~94점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수리영역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2문항 정도 출제될 것을 의미한다. 외국어도 일정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2012학년도 인문계열 입시에서 ‘물수능’이라는 혼란을 야기시킨 원인 중 하나가 외국어 영역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입시에서 외국어 영역은 2012학년도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도 외국어 영역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현행 표준점수체계에서는 특정 영역의 표준점수가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선 안 된다. 수리 가형과 나형 간의 표준점수도 비슷한 흐름을 형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과과정에 혼란이 생기거나 교차 지원하는 학생들이 영역별 점수체계에 불만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을 때 적절한 난이도를 갖춘 시험으로 볼 수 있다.

 수능의 난이도 흐름을 예측해야 하는 이유는 학습 방법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쉬운 수능이었을 때와 어려운 수능이었을 때의 학습방법은 동일할 수 없다. 2013학년도 수능시험은 2012학년도보다 다소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보면, 첫째, 수리 나형을 작년 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할 경우 수리 나형과 가형 간의 표준점수를 맞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 수리가형의 1등급 만점자 비율을 다소 하락시키거나 1등급 커트라인 점수를 1~2점 정도 하락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전개되면 수리 나형 응시자인 인문계열 학생들은 어려운 수능으로 보진 않겠지만, 수리 가형 응시자인 자연계열 학생들은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수리 나형의 만점자 비율이 축소된다는 것은 난이도가 있는 문제 유형이 2문항 정도 출제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쉬운 수능이 유지되려면 2문항을 제외한 다른 문제들은 쉽게 출제하는 방침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만점과 1등급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과, 2~3등급선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학습방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2~3등급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막연하게 EBS교재 위주로 문제풀이 연습을 해서는 안 된다. 교과서에 실린 기본 예제를 중심으로 학습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만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어렵게 출제될 2문항에 대한 대비와,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줄이는 학습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리 가형을 응시하는 자연계열 학생도 마찬가지다. 수리 나형에서 새로 편성된 미적분통계 기본이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매우 쉽게 출제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다소 어려운 문항이 출제될 가능성도 상위권 학생들은 염두에 둬야 한다.

 두 번째는 수리 영역과 언어·외국어 등 다른 영역 간의 난이도 조절 문제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변별력 확보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었던 외국어 영역에서 난이도 조절을 실패해 입시에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 때문에 외국어 영역은 난이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국어 영역의 특성상 현 1등급선(원점수 98점)보다 2~3점을 하락시켜도 만점자 비율이 1% 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은 현행 수준으로 출제하거나, 쓰기 영역에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든 요소를 없앨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다소 쉬운 방향으로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향으로 시험이 출제될 경우, 인문계열 정시전형에서는 학생간의 점수 편차가 커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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