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講信修睦 강신수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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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大道)가 행해지면 천하에 공의가 구현될 것이다(天下爲公). 현자(賢者)를 뽑아 위정자로 삼고 능력 있는 자에게 관직을 부여하며(選賢與能), 서로 믿음을 가르치고 화목한 사회를 구현한다(講信修睦).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어버이만 어버이로 알지 않고 자기 자식만 자식으로 알지 않게 된다. 노인(老人)으로 하여금 편안한 여생을 보내게 한다. 젊은이는 일할 조건이 보장되고, 어린이는 길러주는 사람이 있으며, 의지할 곳이 없는 과부나 홀아비를 돌보며, 폐질자(廢疾者)도 모두 부양받게 된다. 남자는 적령이 되면 결혼할 상대가 주어지고, 여자도 시집갈 곳이 있다. 재화(財貨)가 땅에 버려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반드시 자기가 사적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노동하는 걸 싫어하지 않지만, 반드시 자기만을 위해서 일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남을 해치려는 음모가 생기지도 않고 도적이나 난적(亂賊)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집집마다 대문을 닫을 필요가 없다. 이런 상태를 대동(大同)이라고 한다.”

동양의 이상향인 대동(大同)세계를 묘사한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의 구절이다. 보육·양로·취업·의료·결혼·치안 문제가 모두 해소된 이상(理想)사회의 모습이다. 마치 이번 총선에서 복지를 외쳤던 정치권의 교과서인 듯하다. 여기서 대동을 구현하는 핵심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정치를 맡겨 믿음과 화목을 가르치고 닦는다’는 ‘선현여능 강신수목(選賢與能 講信修睦)’이란 여덟 자다.

이달 초 중국·대만의 장래 2인자가 만났다. 대만의 우둔이(吳敦義) 부총통 당선인이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대를 넓히며(求同存異), 양안의 평화 속에서(兩岸和平) 믿음을 가르치고 화목한 사회를 구현하며(講信修睦) 민생을 우선하자(民生爲先)”고 말했다. ‘예운편’에 나온 ‘강신수목’이 포인트였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은 우둔이의 말에 “또 열여섯 자야”라고 반응했다는 후문이다. 2008년 당시 샤오완창(蕭萬長) 대만 부총통 당선자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열여섯 자 제안을 했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눈을 한반도로 돌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는 북한의 ‘폭주(暴走)’를 보노라면 신뢰·화목·민생을 논하는 양안(兩岸)이 부러울 따름이다.

신경진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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