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 안에서만 식사하다 집에서 먹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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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며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왼쪽)과 박수를 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11 총선 이후 첫 일정으로 12일 오전 9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그는 묵념 후 방명록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고 적었다. 황우여 원내대표, 조현정 비대위원, 이혜훈 선대위 상황실장,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 등 20여 명의 당직자와 의원이 동행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여의도 당사 기자실로 와 총선 이후 정국 구상을 제시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가능한 한 빨리 새 지도부를 구성해 당을 정상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 새 지도부는 대선 경선을 잡음 없이 공정히 치르면서도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자신을 받쳐줄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에 따라 4·11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최대 약점으로 드러난 수도권 지지율을 보완하기 위해 수도권의 소장파들을 대거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박근혜계 인사는 “경기도의 남경필 의원이나 서울의 진영·정두언 의원 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입증된 인물들 아니냐”고 말했다. 당 밖에서 수도권의 20~30대에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한 인사들을 영입해 박 위원장 주변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날 박 위원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선거 때 제시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 야당 대표 시절부터 민생 현장에서 전달받았던 민원 사항들을 꼼꼼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는 조만간 당 지도부 구성 방안이 결론 나면 당의 전면에서 물러나 조용히 민생 챙기기 행보를 하며 공약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 경선 전까지 전략적인 호흡 조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건강 걱정 없는 편안한 노후 ▶비정규직 차별 없는 일자리 만들기 ▶주거비 부담 덜기 ▶새로운 청년 취업시스템 도입 ▶보육에 관한 국가 완전 책임제 등 가족 행복 5대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19대 국회 개원 후 100일 이내에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5대 약속을 추진할 책임자를 두는 ‘공약 실명제’도 실행했다.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은 이들 공약의 진행 상황을 손수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위원장은 선거기간 내내 새누리당을 괴롭힌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바로잡고, 다시는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향후 국회에서 야당이 청와대에 파상 공세를 퍼붓더라도 새누리당이 굳이 방패막이로 나서진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견 뒤 이례적으로 기자실 부스를 일일이 돌며 환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또 트위터에다 “이동 중 차 안에서만 먹던 식사, 어제 모처럼 집에서 흔들리지 않고 먹으니 오히려 어지러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게 무척 힘들었지만 여러분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고도 했다.그는 13일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선거에 애쓴 당직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김정하·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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