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는 명문대생 음료, "강남선 양주에 섞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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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6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1층 매점.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김수진(25·여)씨가 250mL짜리 ‘에너지 음료’ 한 캔을 골라 들었다. 에너지 음료란 잠을 쫓는 카페인 성분이 많이 든 탄산음료다. 김씨는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시험 때는 에너지 음료를 2~3캔씩 사다 놓고 공부한다”며 “밤샘 과제가 있을 때도 에너지 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클럽과 술집이 늘어선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뒷골목. 길바닥 여기저기에 빈 에너지 음료 캔이 버려져 있다. 편의점에서 에너지 음료를 사 들고 나오던 김종찬(27·회사원)씨는 “피곤함이 가시는 느낌에 에너지 음료를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롯데칠성의 ‘핫식스’나 동서식품이 수입하는 ‘레드불’ 같은 고(高)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많이 마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AC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내에서 2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던 에너지 음료는 올 2월 그 12배인 3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에너지 음료를 찾는 이들은 주로 공부파와 클럽파다. 공부 때문에 잠을 쫓으려는 학생들이 에너지 음료를 많이 찾으면서 ‘명문대 음료’란 별명까지 붙었다. 김수진씨는 “카페인에 탄산음료의 쏘는 맛까지 더해져 에너지 음료의 잠을 쫓는 효과가 커피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홍대앞의 클럽파들은 놀다 지쳤을 때 원기 회복용으로 에너지 음료를 마신다.

 에너지 음료를 양주에 섞어 파는 곳도 있다. 강남의 일부 술집과 클럽에서는 양주와 에너지 음료를 1대3 비율로 섞어 한 잔에 7000~1만2000원에 판다. 이곳 클럽에서 만난 대학생 한동희(25)씨는 “밤늦게까지 놀 때 에너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면 기분이 들뜨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에너지 음료에는 카페인이 많게는 캔당 80㎎까지 들어 있다. 커피 한 잔(60~70㎎)보다는 많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1일 섭취 안전 한도인 400㎎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에너지 음료 말고도 커피·녹차·콜라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많이 마시므로 에너지 음료를 자주 마시면 몸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대 육홍선(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특히 성장기에 있는 중·고생은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우울증·수면장애·두통과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음료는 사람마다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임재철(27)씨는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무언가가 내 몸의 에너지를 억지로 쥐어짜서 힘을 내게 하는 것 같다. 마신 다음 날 더 피로하다 ”고 얘기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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