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고객을 제품 전도사로 만들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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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제품이 좋으면 잘 팔린다’는 것은 일견 당연하게 들리는 소리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역 특성에 따라 유망한 품목으로 가게를 열었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 인기인 제품이지만 정작 내 가게 주변 지역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 있다. 이때 점주가 가장 힘써야 할 것이 바로 ‘생소한 아이템 알리기’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점주가 먼저 제품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손님이 상품에 대해 물어올 때 막힘 없이 답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인천 강화읍에서 뚜레쥬르 카페를 운영하는 장주연(40)씨가 그런 예다. 뚜레쥬르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베이커리의 대명사지만 강화읍은 예외였다. 장씨가 가게를 연 2005년 당시 이 지역 소비자들은 ‘베이커리 전문점’을 낯설어했다. 장씨는 빵을 파는 것보다도 빵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빵의 종류와 식감, 맛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그렇게 3~4년을 계속하니 강화읍에서 장씨는 ‘빵 박사’로 통하게 됐고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베이커리를 카페로 리모델링하고 테이블과 좌석을 들여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장씨는 요즘에는 커피 알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또 다른 전략은 ‘전문가 단골 만들기’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얼리어답터’처럼 생소한 상품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만한 고객이 사업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의정부에서 유기농 전문점 ‘초록마을’을 운영하는 김만식(37)씨는 ‘콩나물 단골’로 성공했다. 2009년 처음 매장을 냈을 때는 유기농 식품을 찾는 이가 드물었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식이 없는 소비자들이 일반 식료품보다 비싼 값을 내고 제품을 살 리가 없었다. 김씨는 ‘콩나물 이벤트’부터 시작했다. 표정이 어두운 고객이 오면 “기분이 우울할 때는 콩나물국을 끓여 드세요”라며 유기농 콩나물의 효능을 설명했다. 콩나물을 공짜로 받아 든 고객은 김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생긴 단골들은 유기농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고, 이들의 입소문으로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지역에 생소한 아이템은 사업 초기 낮은 매출로 어려움을 겪지만 한번 개척하면 블루오션이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타깃 고객층 설정, 적극적 홍보, 단골 확보의 3단계 전략을 펼치라”고 조언했다. 판매하는 품목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단골을 확보하면, 그를 통해 고정 매출이 나오고 새 고객도 생긴다는 것이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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