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제시 못한 LG의 IMT-2000 자금조달

중앙일보

입력

LG가 29일 파워콤 입찰과 하나로통신 지분 추가 매입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여의치 못한 LG의 최근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이미 예견됐던 일로 IMT-2000 등 통신사업에 들어가는 투자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LG가 IMT-2000 투자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G는 IMT-2000 사업에 필요한 총 투자자금 3조2천억원중 7천억원은 차입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2조5천억원은 참여주주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5천억원중 LG글로컴의 60% 지분을 가지고 있는 LG가 1조5천억원을 조달해야하지만 60% 지분중 30%의 지분은 해외업체에 매각하고 나머지 30%분인 7천500억원을 LG가 책임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LG의 해외파트너인 브리티시텔레콤(BT)이 최근 영국내 IMT-2000 사업권 획득에 필요한 자금 부담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상황에서 BT의 지분 참여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 사장은 "BT 이외의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IMT-2000 사업자금 마련으로 고심하고 있는 지금 LG의 해외 제휴가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해외 제휴선에 대한 30%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LG의 사업 부담금은 순식간에 1조5천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LG는 또한 LG전자의 통신부문 투자자산을 분리해 별도법인을 설립, LG의 통신사업을 전담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IMT-2000 사업 자금부담에 대한 불안감으로 LG전자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또하나의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통신 부문 투자자산만으로 이뤄진 별도법인이 어떻게 IMT-2000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이뤄질 LG텔레콤, 데이콤 등의 증자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복안이 있다"는 답만을 내놓았다.

국내 증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법인의 증자가 가능할지, 해외 자본참여를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LG가 막연하게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얘기만을 할게 아니라 과감한 구조조정과 비주력사업 정리를 통한 IMT-2000 투자재원을 확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한 애널리스트는 "LG텔레콤을 비롯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지분을 매각, IMT-2000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며 "비주력부문의 지분을 과감히 팔아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또한 28일 낸 리포트에서 "LG가 브라운관 사업부문 합작법인 설립으로 마련한 16억달러의 자금은 280%대에 이르는 LG의 부채비율 감축과 IMT-2000 투자 재원 확보에 부족하다"며 4조1천억원에 이르는 LG전자의 보유주식 매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