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노력하면 성공 … 로스쿨선 이룰 수 없는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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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67년’. 박영립(59·사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아직도 그해를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만 겨우 마친 채 단돈 1000원을 손에 쥐고 서울에 올라와 막막하기 그지없던 때였다. 여관 심부름꾼에서부터 노동판, 양복점 시다까지 온갖 직업을 전전하는 힘겨운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그에겐 꿈이 있었다. 공부를 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거였다. 20대가 된 그는 뒤늦게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교 졸업 자격을 얻고 대학에 들어갔다. 언제나 생활비와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궁색한 생활이었지만 막연했던 꿈은 법조인으로 구체화됐고 결국 27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그를 만나 ‘개천의 용’이 사라진 세상에 대해 물어봤다.

 - 어려운 환경 극복하고 성공했다.

 “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다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점은 항상 희망이 있었다는 점이다.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과 그것을 실제로 이뤄나가는 많은 선배가 존재했다. 그리고 정상 궤도에서 이탈했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었다. 예선 성적이 안 좋더라도 본게임에 참가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들이 단절되면 삶의 희망이 사라져 버린다.”

 - 로스쿨 제도가 저소득 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로스쿨은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다. 뽑을 수 있는 인원은 적고 교수들이 학생 수에 비해 많아야 되고 시설도 갖춰야 하니까 학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 저소득층에게도 기회를 주려면 .

 “장학금을 많이 주고 있기는 하지만 더 어려운 사람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다듬어야 한다. 저소득층에게 기회를 주는 특별전형 비중을 높이고 천편일률적인 스펙보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방식으로 입시제도도 조정해야 한다. 또 돈이 없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있게 검정고시처럼 ‘예비시험’을 도입,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대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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