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30대 스타들의 빛나는 노장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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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스타들이 녹슬지 않은 기량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으로 프로농구판을 뒤흔들어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선수생활을 접고 코치로 전업했을 법한 나이임에도 겨울코트를 뜨겁게 달구는 노병군단은 허 재(36.삼보 엑서스)를 비롯 정인교(32.골드뱅크 클리커스), 강동희(35) 3명.

`농구 9단' 허 재는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에서 노련한 게임운영과 고비마다 터지는 3점포로 상대팀을 농락해 삼보가 우승후보 삼성 썬더스와 LG 세이커스를 연파하는 이변을 지휘했다.

지난 시즌 교통사고와 손가락부상, 무릎부상 등 온갖 병마에 시달리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주도했던 허 재는 올시즌에도 어느팀에든 패배를 안길 수 있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기아 엔터프라이즈에서 부진했던 정인교(32)는 7월 골드뱅크로 자리를 옮긴 뒤 뒤늦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농구명문 휘문고-고려대를 거친 정인교는 프로원년 3점슛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소속팀 삼보 엑서스( 당시 나래)를 준우승까지 끌어올려 스타반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정인교는 기아로 이적한 뒤 허리부상과 포지션중복으로 부진을 거듭해 `한물간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했다.

슛감각을 가다듬은 정인교는 22일 프로농구 출범 5년만에 처음으로 3점슛 500고지에 올라서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대학후배 현주엽과 함께 팀의 대들보역할을 해내고 있다.

강동희도 체력이 부담스럽지만 노련한 게임리딩으로 최장신 용병 듀안 스펜서의 고공농구에 힘을 실어줘 올시즌 정상도전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각오다

강동희의 `보이지 않는 손'이 부지런히 돌아가면서 기아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지난해 겪었던 플레이오프탈락의 아픔을 털어버리고 정상도전에 나섰다.

기아에는 30대를 1년 앞둔 준 노장급의 `사마귀슈터' 김영만(29)도 있다.

김영만은 고질적인 무릎부상을 털어버리고 정확한 미들슛과 드라이브인슛, 3점슛 등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팀의 공동 3위(6승5패) 진출에 일등공신역할을 해냈다.

김영만은 거의 풀게임을 소화해내면서 게임당 25.90점을 터뜨려 득점랭킹 6위(국내 2위)에 올랐고 수비에서도 21일 신세기전에서 우지원을 4득점에 묶어놓는 등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노장들의 투혼은 새내기들의 활약과 한데 어우러져 농구코트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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