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못 푼 숙제 암 만드는 단백질 제거법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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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강열 교수

인간의 세포에 들어 있는 ‘라스(Ras)’ 단백질은 세포에게 ‘성장하라’ 또는 ‘성장을 멈추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기능이 고장(돌연변이) 나면 세포에게 계속 성장하라는 신호만 보내 결국 암이 발생하게 된다. 고장 난 라스 단백질에는 기존 항암제도 별 효과가 없어 의학계에서는 골칫거리로 불린다.

 연세대 단백질기능제어이행연구센터의 최강열 교수팀이 돌연변이 라스 단백질을 잡을 해법을 내놨다. 최 교수팀은 9일 세포 안에서 라스 단백질에 인산(燐酸)이 붙으면 결국 라스 단백질이 분해돼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라스 단백질의 활동을 인산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고장 난 라스 단백질은 대장암의 30~50%, 췌장암의 9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암 유발 인자다. 이 때문에 제약업체와 항암제 연구자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 단백질을 통제할 방법을 모색했으나 실패만 거듭했다. 라스 단백질의 활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싶으면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는 등 항암제로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최 교수팀은 라스 단백질에 인산이 붙어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장소인 프로테아좀으로 옮겨 가 분해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견으로 기존 항암제를 보완하면서 라스 단백질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연구 결과는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시스널링 10일자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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