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메인 수…독일·영국 이어 한국이 3位!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전 10시 경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리나델레이에서 편집부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ICANN(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 7차 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석한 이원재씨(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정보팀장)가 막 끝난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7개의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이 채택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닷컴(.com)으로 대표되는 .net, .org, .edu, .gov, .mil, .int 등 7개의 기존 일반 최상위 도메인에 .biz, .pro, .name, .museum, .info, .coop, .aero 등 7개가 추가로 사용될 수 있게 된 것. 앞으로 법적·기술적 보완이나 운용의 보편적인 원칙 마련 등이 과제로 남아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도메인 확장의 길이 열린 것은 분명하다.

바야흐로 도메인이 폭발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버공간의 영토나 마찬가지인 도메인은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3천만 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5일 현재 등록된 전세계 도메인 수는 3천1백53만8천3백49개였으며, 향후 2년 동안 이 수치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도메인 등록회사 NetNames의 CEO 탐 배럿(Tom Barrett)은 “도메인 이름이 3천만 개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며, “하지만 도메인 이름에 대한 엄청난 수요와 공간 개발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다시 3천만 개의 도메인 이름이 생기기까지는 18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도메인 이름에 대한 수요는 새로운 TLD(최상위 도메인)가 생겨야 충족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넷 산업계는 ICANN이 무언가 조치를 취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최근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닷컴(.com)을 제외한 국가별 최상위 도메인(ccTLD) 수에서 우리나라(.kr)는 현재 독일(.de)과 영국(.uk)에 이어 3위인 51만1천3개가 사용되고 있다. 이 숫자는 93년 61개, 96년 2천6백64개, 99년 20만7천23개란 추이에 비춰봤을 때 경이적인 증가세를 나타낸다. 특히 올해의 경우만 봐도 1월 23만4백20개였던 것이 4월부터 40만 개를 넘어섰고 9월부터는 50만 개를 넘어섰다.

게다가 지난 10일부터 전세계에서 동시에 등록 신청을 받은 한글.com은 선점 논란 속에서도 최대 10만 개 이상 등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1월 중으로 한글.kr과 한글키워드검색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며, 여기에다 미국 InterNIC(Network Information Centers)에서 국가 순위만 발표하는 .com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미 1백만 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도메인의 대확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도메인 확장은 1차적으로 미국과 유럽 중심의 독점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집단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대의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된 바 있고 이번 한글 도메인 등록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는 사이버 스쿼팅(cybersquatting)이나 도메인 사재기(warehousing)의 부작용도 심각한 상태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도 최근 대기업들의 이름이 붙은 도메인 명이 스쿼터들에 의해 경매에 부쳐지고 있어, 많은 전문가들은 도메인 명의 확장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도메인 명 유통업체들이 1백여 개에서 많으면 1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KAIST의 전길남 교수는 “도메인은 분명 물이나 전기처럼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누가 일방적으로 독점해 사용 비용을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ICANN의 민간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도메인을 사용하거나 등록하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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