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상가 '진승현 한파'

중앙일보

입력

"밤잠도 안자고 모은 피땀같은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

진승현(27)MCI코리아 부회장의 불법대출 사건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열린신용금고의 주고객인 동대문시장 주변 상인들은 26일 일손도 놓은 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금고는 특히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시중금리보다 3~4% 정도 높은 복리 11.8%의 특별상품을 판매하면서 1천8백만원 이상의 예금자들에게는 5만원권 상품권 지급 등을 내세워 예금 유치작전을 벌였다.

이 기간 중 2천5백여개의 신규 계좌를 유치, 전체 수신액 1천3백50억원의 4분의 1 정도의 예금을 모집했다.

예금자의 상당수가 동대문상가 상인이었음은 물론이다.

상인들은 陳씨가 지난 9월 잠적하기 직전까지 자신들을 상대로 대대적 예금 유치작전을 벌인 것에 더욱 분노했다.

1천3백여개 점포 대부분이 피해자로 알려진 밀리오레 상가 상인들은 상가 임대금 납부와 종업원 임금 지급이 코앞에 닥쳐 발을 구르고 있다.

이 상가 2층 숙녀복 판매점의 김선아(32)씨는 "열린금고 직원들이 장사를 정리할 시점인 오전 1~2시에도 직접 나와 예금을 받아가 대부분의 이곳 상인들이 이용했다" 고 전했다.

지하1층 아동복 판매점을 하는 김선영(27)씨는 "그동안 모은 돈 2천여만원을 몽땅 넣었다" 며 "연말이라 물품대금도 줘야 하고 종업원 월급도 줘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 고 한숨을 쉬었다.

지하2층 수입품 판매점의 이상호(58)씨는 "陳씨가 고금리를 미끼로 우리 돈을 의도적으로 긁어간 것" 이라며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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