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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체납' 유명 연예인 "은행 금고 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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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본지 3월 16일자 24면.

지난달 28일 오전, 유명 연예인 A씨가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전화를 걸어와 “은행 대여금고의 압류봉인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세금 1200만원을 내지 않은 그의 은행 대여금고를 봉인했다. A씨는 “세금 체납 사실을 몰랐다”며 “압류 조치를 풀어주면 그 안에 보관해 놓은 돈으로 밀린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세무공무원이 금고를 열어주자 즉석에서 체납 세금을 모두 냈다.

 서울시는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들로부터 밀린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달 15일 시행한 은행 대여금고 압류조치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대여금고 압류조치는 통상 집에서 보관하기 어려운 귀금속, 현금, 무기명 증권, 고가 미술품을 대여금고에 보관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압류 조치 다음날부터 ‘체납 세금을 내겠다’는 전화가 연이어 걸려왔다. 또 14명이 7억7000만원의 밀린 세금을 납부했다. 정치인의 친인척인 B씨는 봉인조치된 지 3일 만에 “사업상 중요한 서류가 대여금고 안에 있다”며 밀린 세금 1억400만원을 완납했다.

 앞서 서울시는 고액 체납자 423명이 시중은행 319개 지점에 대여금고 503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5일 대여금고를 봉인했다. 그러면서 체납자들에게 3월 말까지 밀린 세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체납자들이 끝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면 대여금고를 강제로 연 뒤 귀금속 등을 공매로 팔아 체납 세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대여금고 압류조치까지 한 이유는 갈수록 체납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 체납 세금액은 모두 777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여금고 봉인 대상자 423명의 체납액만 202억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종전 38세금징수팀을 과로 승격하고 강도 높은 징수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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