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지만 웹 컨텐츠를 위해 돈을 내놓자"

중앙일보

입력

소사율(燒死率, burn rate)이라는 용어는 원래 신생 기업들, 특히 닷컴사들이 자본금을 탕진하는 속도에 적용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자기 희생을 묘사하는 말이 됐다.

웹은 대형 사이트들이 계속 도산함으로써 웹 고유의 대공황 사태를 겪고 있다. 한편 많은 배너들이 다른 닷컴사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배너 광고에서 나오는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불길한 징조가 웹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만간 공짜 점심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정보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좋지만, 정보 제공업체들은 대가를 바라기 시작했다.

어디서 현금이 나올 것인가? 예전에 주식 상장으로 모금되던 눈 먼 돈을 제외한다면, 웹사이트들은 네 가지의 기초 수입원을 갖고 있다. 광고, 사용자 가입, 소매, 수수료가 그것이다.

광고 수입으로는 기업 운영이 힘들다. 월스트리트 저널 사이트인 Wsj.com과 대니의 하드 드라이브(Danni''s Hard Drive)처럼 많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소수의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회원 가입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 같은 일부 소매 사이트들은 결국 흑자를 올리겠지만 다른 사이트들은 이미 도산했다. 이베이(eBay)처럼 수수료를 수입원으로 삼는 사이트들은 괜찮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판매, 사용자 가입, 수수료 같은 것은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무수한 웹사이트들에 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사이트들의 경우, 이제는 정말 소액지불을 새롭게 생각해볼 때다. 소액지불이란 페이지뷰 마다 몇 센트의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신용카드가 페니 단위로 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페니를 징수하고 유통시키는 어음교환소와 사실상의 현금 잔고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소액지불은 웹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모델의 일부였다. 필자는 지니 시스켈과 함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화(Being Digital, 1995)라는 책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사용자들이 우리의 평론기사에 2센트씩 지불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기뻐했던 일을 기억한다.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계산기를 두들겨봤다. 250개의 평론기사 곱하기 2센트 곱하기 1만 명의 사용자...5만명...300만명...세상에! 300만 명이 1년간 우리의 평론기사 하나에 2센트씩 지불한다면, 모두 1500만 달러가 되는 것이다!

소액지불은 수년간 사이버 공간의 음지에서 숨어 지냈다. 소액지불 기획업체들에는 사이버캐시(CyberCash)뿐 아니라 넷빌(NetBill), 디지캐시(DigiCash), IBM, 컴팩의 밀리센트(MilliCent) 시스템, 마스터카드, 몬덱스(Mondex), 비자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소액지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액지불로 웹 서퍼들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소비하게 될까? 웹 유저빌리티 전문가인 제이콥 닐슨은 자신의 유즈잇닷컴(UseIt.com) 사이트에 몇 가지 수치를 올려놨다. 그는 웹을 많이 보는 사람이 하루 평균 46페이지를 본다 생각하고 페이지 당 1페니로 계산하면 한 달에 약 14달러정도 된다고 계산했다.

소액지불은 1급 네티즌 웹과 2급 네티즌 웹이라는 2단계 웹을 만들 것인가? 권위 있는 유료 사이트와 무료 사이트라고해서 한 페이지에 1페니를 받을 필요가 없는가? 그럴 것 같지 않다. 좋은 사이트는 트래픽을 불러 모으기 마련이다.

필자가 매일같이 들르는 곳 중에 하나인 짐 로메네스코의 미디어뉴스(MediaNews)를 생각해 보라. 이곳은 로메네스코의 침실에 있는 매킨토시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미디어 정보교환소다.

이곳은 인사이드(Inside)와 어떻게 비교되는가? 인사이드는 가입형 서비스를 팔고자 하는 새로운 유료 사이트다. 맨 위에는 새로운 얘기들이 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있는, 짐의 텍스트 기반 연대기는 필자가 얘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이드는 전문가로 구성된 직원과 훨씬 많은 자료를 갖고 있지만, 클릭이 엄청나게 많다. 로이터, 살롱닷컴, 슬레이트(Slate), 데이비드폴란드(DavidPolandD)와 애론 반하트(Aaron Barnhart)의 TV 반(TV Barn) 등 두 개의 1일 미디어 거래 사이트 같은 무료 사이트를 로메네스코에 추가한다면, 인사이드에 매일 19.99달러를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

이와 반대로, 미디어뉴스에 페이지 당 1페니를 지불하게 될까? 많은 부분이 링크로 구성돼 있을 경우, 누가 돈을 징수하게 되는가?

웹은 공중에서 자랄 수 있는 신비한 식물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소액지불을 실시하는 최초의 사이트들은 주요 신문, 게임 센터, 재정 자원, 스포츠 정보, MP3 자료, 포르노 등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런 사이트들이 될 것이다. 냅스터 같은 사이트들은 뮤지션들과 소액의 이익도 나눠 가진다.

일단 사용자들이 이런 아이디어에 익숙해지면, 다른 사이트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어떤 사이트들은 맨 위에 무료 페이지를 올려놓고 그 밑에는 유료 페이지를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