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연구팀 당뇨병 유전자요법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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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과대학과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공동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인 연소성(年少性)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요법을 개발,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공동연구팀을 이끈 연세대의 이현철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 유전자요법은 간(肝)을 새로운 인슐린 생산공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제1형 당뇨병을 유발시킨 쥐에 실험한 결과 최소한 8개월이상 정상에 가까운 혈당치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미국당뇨병학회의 로버트 셔윈 박사는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것중 가장 효과적인 인슐린 유전자요법"이라고 평가했다. 혈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 섬세포를 면역체계가 외부침입자로 잘못 알고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은 지금까지 인슐린 생산 세포나 췌장 전체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시도되었으나 면역체계의 강력한 거부반응으로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

공동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요법을 이용, 간(肝)세포의 역할을 변형시킨 다음 췌장이 맡아야 할 인슐린 생산 책임을 대신 수행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인슐린과 유사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유전자요법에서 흔히 이용되는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주입하고 이 바이러스를 다시 유전조작해 간에서 혈당 수치를 감지하는 또다른 유전자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이 유전조작된 바이러스를 제1형 당뇨병을 유발시킨 쥐들에 주입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간의 염색체 DNA에 통합되면서 새로운 DNA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DNA구조는 몇주후부터 혈당 수치의 변화에 따라 인슐린 대체물질을 생산하면서 혈당을 조절하기 시작했고 쥐들은 그후 최소한 8개월동안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했다.

유전자요법을 받은 쥐들의 인슐린 활동은 정상적인 쥐와 비교할 때 20-40%에 불과했지만 이 정도로도 혈당을 조절하기에 충분했다. 이 쥐들은 이렇다할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으며 수명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캐나다 캘거리대학 미생물-면역학 교수 윤지원 박사는 밝혔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워싱턴대학 의과대학의 케네스 폴론스키 박사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폴론스키 박사는 그러나 이 방법을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그것은 정상적인 췌장은 혈당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혈당 변화에 대한 쥐 간세포의 반응은 몇시간씩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매일 여러차례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수시로 혈당을 측정해야 하며 방치할 경우 심혈관 질환, 신경-신장 손상,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약100만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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