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구석기 음식’처럼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로 활로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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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FTA가 발효돼 농업분야에 대한 관세율 인하 등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래서 찾아간 현장은 ‘아산 목요장터’다. 흔히 장터라고 하면 시골냄새가 풍기는 재래시장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목요장터는 도시의 숲, 아산의 마천루로 상징되는 탕정 트라펠리스(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10월 6일부터 두 달 반을 개장했던 곳으로 감회가 새로운 곳이기도 하다. 장터를 찾는 사람의 대다수는 주부층이다. 이들은 과일, 농산가공품, 떡류 등을 구매하고, 쌀이며, 콩·장아찌·된장·고추장·과일주스(즙)·치즈·요구르트 등을 기호에 맞춰 찾는다.

 이렇게 판매되는 농산물에 애지중지 정성을 다하는 몇 명중 아산시 탕정면 성화농장의 양창국(64세)씨가 있다. 비닐하우스 3동을 설치해 청경채·겹상추·열무·대파·쑥갓·고추·호박 등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아울러, 장터개장에 맞춰 선문대학교 교직원으로 있는 딸과 간호조무사로 있는 며느리까지 이 일에 동참해 휴일을 농장에 반납까지 했다고 한다.

이처럼 온 정성을 가족들과 함께 기울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판매경험을 살려 야채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값싸고, 푸짐히 건네주는데 작은 행복을 느꼈다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로컬푸드(운동)이자, 지산지소운동이 아닐 수 없다. 참, 이렇게 보면 농부의 순수함은 대를 잇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살인미소가 딸과 며느리의 밥상 깊숙이 비추는 것 같아 마음은 어느새 풍선이 된다. 또한 아산시 시니어클럽 박경순(여) 부장도 빼 놓을 수 없다. 여성으로서 도시에 살다 우연한 기회에 입사해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체험농장을 오고 가며 배운 기술을 통해 간장·된장·매실장아찌·고추장·손 두부·콩나물·포도주스(즙) 등을 생산·판매하기 위해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자연 속에 구름이 생성됐다 소멸되는 것처럼 인생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잔잔한 사랑이 모아져 구름으로 피어나는 현상이 지금 탕정의 작은 농장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분명 농산물의 수입개방 속에서도 그들과 같이 부지런히 뛰면 활로가 보인다. 작은 것을 소중히 다루면 큰 것을 귀하게 여기듯 한·미FTA가 우리에게 부정적이지만 않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농업분야 중 마케팅을 활성화해 시장개척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하나가 돼 유통마진을 줄이고 이야기가 있는 꾸러미 농산물을 보급한다면, 요즘 유럽인들에게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구석기 음식을 섭취하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이정희 아산농업기술센터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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