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여자는 왜’] 레깅스·배기팬츠…과연 남친도 좋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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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단골인 동네 책방에 가니 카운터를 지키는 자매 둘이 여성지를 들춰보며 올봄 유행할 패션 분석에 한창이다. 잠시 들어보니 역시나 패션의 세계는 참으로 난해하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로그함수의 미묘한 곡선에 대해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그들 자매에 따르면 올봄엔 파스텔 톤이 유행일 거라는데 나처럼 패션에 문외한인 남자는 지난해 유행이 원색이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도대체 난 지난해 길거리에서 뭘 본 걸까.

 사실 대다수 남자가 여친에게 원하는 패션은 무척 단순하다. 남자들 입장에선 ‘샤방샤방’ ‘블링블링’한 여성스러운 차림이 최고로 좋다. 지난겨울을 돌이켜 보면 남자들이 질색했던 패션은 레깅스였다. 그리고 더 심하게 싫어하는 것도 있는데 그건 레깅스에 어그부츠다. “레깅스요? 스타킹보다 따뜻하면서도 다리를 날씬하게 보여주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데요?” 물론 여자들은 이렇게 반문하겠지만, 남자들의 대체적인 답은 “노”다. 왜 남자들은 레깅스를 꺼릴까. 이 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자세히 얘기하자면 이 글이 ‘19금’이 될 수도 있으니, 내복 같아 보여서 싫다고 간단히 결론만 정리하자.

 또 남자들이 질색하는 패션 아이템은 배기팬츠다. 그거 진짜 싫다. 카고스커트보다 더 싫다. 이렇게 꺼리는 것만 빼면 나머지 모든 걸 거기서 거기로 보는 게 남자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여자는 남자에게 보이려고 패션을 추구하는 걸까, 아님 그네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코디하는 걸까. 왜냐하면 여자들이 그네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패션과 남자들이 선호하는 패션에는 2%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겨우 2%라고? 지놈 분석 결과 인간과 고릴라의 유전자도 겨우 2% 차이가 있다는 걸 알면 그리 말할 순 없을 거다. 그러니 당신의 배기팬츠를 칭찬하는 남친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눈에 뵈는 게 없거나 말싸움을 피하려고 립서비스했거나..

조현 소설가·『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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