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원화가치 상승에 무게 … 4개월째 주식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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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4차 방정식’이 원화가치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통로는 외국인 증권투자다. 이들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데 따라 원화가치가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분위기는 원화가치 상승을 가리킨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이후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쌍끌이 매수’를 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9390억원어치의 국내 상장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넉 달간 순매수액은 1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9조5731억원)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규모는 40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5월 말 이후 열 달 만에 다시 40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데엔 유럽계 자금의 역할이 컸다. 영국 국적의 투자자들은 올 들어 석 달간 3조6000억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룩셈부르크(1조1232억원)와 아일랜드(2321억원)·독일(1273억원) 자금도 순매수를 이어나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를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LTRO)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ECB는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연 1%대의 저금리로 유럽 은행들에 1조 유로(약 14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위원은 “신용경색으로 주식을 싸게 팔았던 유럽계 투자자에 다시 돈이 생기면서 올해 주가 반등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며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중국 성장률 등 글로벌 변수가 호전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태도도 여전히 우호적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석 달간 5조2500억원을 채권에 순투자했다. 순투자는 채권을 사들인 금액에서 만기 상환 등으로 회수한 금액을 뺀 수치다.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는 2010년 17조원, 지난해 7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3월 말 현재 외국인 보유 채권은 88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 국적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20.5%인 18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룩셈부르크(14조원), 중국(10조4000억원) 등의 순이다.

 외국인이 채권을 사들이는 데엔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작용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특히 일본이 엔고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온 원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ECB의 자금 공급도 외국인 채권 투자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이투자증권 김지연 연구원은 “지난해 채권에서 빠져나가던 외국인 자금이 1차 LTRO 이후인 올 1~2월에 다시 들어오면서 금리가 많이 하락했다”며 “지금은 유럽 상황이 많이 나아져 2차 LTRO가 외국인 투자와 환율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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