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한가인 꿈의 집 운명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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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관객이라면 공감할 만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은 물론, '첫사랑' 그 자체인 수지의 미모와 숨은 MVP로 꼽히는 재수생 친구 납뜩이, 극의 감성을 한층 돋우었던 삽입곡 '기억의 습작'도 그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제주도 앞바다에 자리잡은 서연(한가인)의 집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속 서연의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건축학개론 수업을 함께 들으며 '꿈의 집'을 이야기 하던 스무살의 서연(배수지)과 승민(이제훈)은 15년 뒤 '진짜 집'을 두고 재회하게 된다. 자신이 살 집을 지어달라는 첫사랑 서연의 부탁에 승민(엄태웅)은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그 언젠가 서연이 말했던 '꿈의 집'을 짓기 시작한다.

완성된 서연의 집은 그녀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창문 너머 펼쳐지는 제주의 푸른 바다와 지붕 위에 만들어진 작은 정원,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디자인까지 누구나 한 번쯤 살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이 때문일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영화 속 그 집이 실제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누가 살고 있는지, 용도는 무엇인지 등의 물음들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이 집은 제주도 위미2리 해안 도로에 있다. 올레길 5코스를 걷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살던 집 주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며 집이 매물로 나왔고, 영화 제작사 명필름이 이 집과 인근 부지를 구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건축주로서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연세대 건축학과 출신인 그는 동기이자 20년 넘은 친구인 구승회 소장을 건축가로 맞아 집을 짓는데 한 몫을 했다. 영화 속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였던 서연과 승민의 장면들 역시 실제 이용주 감독과 구승회 소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승민의 설계에 퇴짜를 놓으며 까탈스럽게 요구하는 서연과 그런 그녀에게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답답해 하는 승민 모두 실제로 이 집을 지으면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아쉽게도 이 집은 오는 5월 모두 무너뜨린 후 재건축에 들어간다. 영화 내용처럼 기존에 있던 건물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증축된 부분이 세트용으로 만들다 보니 다소 부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을 완공을 목표로 한창 설계 작업중에 있다.

'건축학개론'의 김균희 프로듀서는 "완공된 집은 제작사 명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로 쓰일 예정이며, 게스트 하우스 용도도 고려 중이다. 또 많은 관객들이 영화 속 집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길 원해 이를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유혜은 리포터

[사진=영화 '건축학개론' 공식 스틸·뮤직비디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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