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실험극장 '애벌레'

중앙일보

입력

동성애·자폭(自爆)·근친살인…. 이처럼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소재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연극 한 편이 있다.

극단 실험극장이 다음달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애벌레'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는 극단 실험극장의 기념공연인 동시에 지난해 삼성문학상 희곡부문 당선작(임태훈 작)이기도 하다.

1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한 이 작품은 '오직 연극만이 가능한, 다른 예술 장르로는 도저히 표현 불가능한 연극적 특성이 있다'(극작가 이강백), '소재도 파격적이고 글쓰기도 파격적이다'(극작가 이만희)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동시에, 삼성문학상 역대 최연소(20세)수상이라는 등의 화제를 낳았다.

극은 이미 아버지가 죽었다는 전제로 시작된다. 열 일곱의 아들 L이 망치로 잔인하게 내리치고 사체를 유기한 것.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아들과 주변 인물들이 증언하고, 제3자가 이를 정리해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는 엄한 군인인 아버지, 그리고 겉으로는 완벽하게 행복한 가정이 깨어지는 것이 두려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는 그의 부인과 아들. 결국 아들이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아버지는 자신의 파트너와 자폭해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연이어 나오는 충격적인 증언, 극 중간 한 차례의 반전,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끝내 이룰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화해 등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결말 부분이 다소 추상적이라 갑자기 맥이 빠진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연출 성준현, 출연 송흥진·이양숙·이영석·유순철 등.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4시 추가. 월 쉼. 02-764-526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