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올가을 당대회에서 총서기직을 후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게 물려주더라도 실질적인 권력인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최소 2년간 내놓지 않고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지난달 실각 사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당 내부의 단결과 안정을 강화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군사위 주석은 220만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을 통솔하는 막강한 자리다.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왕(博訊網)은 2일 중국어 포털 사이트 밍징왕(明鏡網)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밍징왕은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후 주석이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3월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04년 9월까지 당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했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부주석이 올가을 당 총서기에 선출되고 내년 3월 국가주석이 되더라도 2015년 이전에는 중국의 실질적인 권력을 후 주석이 막후에서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시진핑이 명실상부하게 중국의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시점이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밍징왕에 따르면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이 2월 6일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기도한 이후 중국 군부에서 실제로 군 간부를 대상으로 “당 중앙, 당 중앙 군사위, 후진타오 주석의 지휘를 확고하게 따르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부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出政權)”는 말이 통용돼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권력을 잡은 뒤 89년 천안문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