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실각 불똥 … 중국 권력 이양 일정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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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진타오(左), 시진핑(右)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올가을 당대회에서 총서기직을 후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게 물려주더라도 실질적인 권력인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최소 2년간 내놓지 않고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지난달 실각 사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당 내부의 단결과 안정을 강화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군사위 주석은 220만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을 통솔하는 막강한 자리다.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왕(博訊網)은 2일 중국어 포털 사이트 밍징왕(明鏡網)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밍징왕은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후 주석이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3월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04년 9월까지 당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했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부주석이 올가을 당 총서기에 선출되고 내년 3월 국가주석이 되더라도 2015년 이전에는 중국의 실질적인 권력을 후 주석이 막후에서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시진핑이 명실상부하게 중국의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시점이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밍징왕에 따르면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이 2월 6일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기도한 이후 중국 군부에서 실제로 군 간부를 대상으로 “당 중앙, 당 중앙 군사위, 후진타오 주석의 지휘를 확고하게 따르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부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出政權)”는 말이 통용돼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권력을 잡은 뒤 89년 천안문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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