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뉴스에 과잉반응 심리, 투자에 역이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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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식시장에는 ‘이례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자산의 가격에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례 현상을 자세히 보면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례 현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해 왔으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이런 현상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셋째, 이례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이례 현상이라는 것이 자산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투자자는 그 정보를 이용해 보다 나은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이례 현상은 계절적 이례 현상이다. 월별효과는 특정한 달의 주식수익률이 다른 달의 주식수익률과 차이가 나고, 이런 차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증시의 1월 효과는 소형주 중심으로 나타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다.

 계절적 이례 현상보다 주식시장에서 실전활용도가 높은 것이 과잉반응현상이다. 실험심리학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대단한 뉴스에 과잉반응을 한다’고 주장한다. 주가의 움직임도 투자자의 심리나 행태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시장 정보가 부족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크고,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주도주 등 유행에 편승하는 투자전략이 보편화된 환경에서는 과잉반응의 존재 여부가 더 관심을 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 한국 증시 환경이 여기 해당된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비중이 늘어났다. 또 특정 업종의 이익과 주식시장대비 업종 시가총액 비중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시장 정보가 효율적으로 변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아진다면 과잉반응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드 본트와 탈러라는 미국 학자는 1926년에서 82년까지 미국에 상장된 주식을 과거 3년 수익률 순으로 나열했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 35개와 낮은 종목 35개를 각각 ‘승자’와 ‘패자’로 이름 붙였다. 그 후 다음 3년 동안 이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구해 봤다. 그랬더니 패자 포트폴리오는 3년간 시장 수익률에 비해 20%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승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보다 5% 낮았다.

 한국 증시에도 똑같이 적용해 봤다. 코스피200 지수에 들어 있는 종목 중에서 과거 3년간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20개, 하위 20개를 추렸다. 이 승자와 패자 포트폴리오를 각각 1·2·3년 보유하는 경우로 나눴다. 그랬더니 1·2·3년 모든 경우에 승자 및 패자 포트폴리오가 모두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을 냈다. 특히 패자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승자 포트폴리오를 크게 앞섰다. 결국 인간심리는 시장에 과잉 반응하고 군중심리를 통해 증폭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주가는 평균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한국증시도 점차 성숙하면서 시장의 과잉반응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패자 포트폴리오의 초과 수익률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간의 심리적 특성만 알고 있어도 종목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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