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영'이 기업이미지·수익성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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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최근 환경영향평가 실적이 나쁜 기업에는 대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은행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환경 감시가 본격화하고 일부는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큰 기업은 소비자들이 외면하거나 반발해 경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을 중시하는 '그린(Green)경영' 이 기업의 이미지 뿐 아니라 수익성과 경영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엄기웅 조사본부장은 "환경에 신경쓰는 기업은 은행 돈을 싸게 빌리고 마케팅이나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제지.석유화학.1차금속 등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는 5개 업종의 대기업에게 30억원 이상 돈을 빌려줄 때 해당 업체의 환경영향평가 실적을 심사해 C등급은 대출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스위스 등 금융 선진국처럼 환경 점수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는 기법도 개발 중이다.

한화.삼성중공업 등이 외환위기 이후 베어링.건설기계 등 사업 부문을 조기에 해외 매각할 수 있었던 것도 환경친화 경영 체제를 일찌감치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매각 당시 국제환경인증인 ISO 9004을 받았다는 점이 인수자인 스웨덴 볼보 측에 좋은 인상을 주었다" 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환경 올림픽' 이라는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 C사.M사 등 세계 굴지 기업보다 현지 시민단체의 저항을 덜 받으면서 스포츠 마케팅을 펼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들이 환경오염 소지가 있는 냉매를 많이 쓰는 업체인 데 비해 우리는 그런 문제가 덜한 전자.통신 사업을 한다는 점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환경인증인 ISO 14001을 획득한 데 이어 앞으로 5년동안 선박 도료.폐유 처리.재활용 등에 1백2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기업의 환경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병욱 포스코경영연구소 환경경영연구센터장은 "선진국에선 환경 리스크가 높은 기업은 비싼 금리를 물고 주가도 낮은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1991년부터 환경친화적인 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윈슬로우 환경펀드(WEG)는 94년부터 5년간 누적 수익률이 18.3%로 같은 기간 평균인 1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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