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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는 견본주택에 청약 주저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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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수도권 분양시장은 아리송하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견본주택마다 사람이 북적거린다. 주말에만 1만명은 기본이고 2만명씩 몰리는 곳도 있다. 견본주택을 둘러보려는 방문객은 50~100m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빈 수레다. 청약 성적은 시원찮다. 1순위 미달은 말할 것도 없고 3순위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지난달 인천 송도지구에서 포스코건설, 대우건설이 청약 접수를 받은 송도 더샵 그린워크2와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견본주택이 문을 연 후 3일간 각각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청약 결과 절반이 넘는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미달됐다. 견본주택을 다녀간 방문객이 청약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그렇다면 견본주택에 인산인해를 이뤘단 방문객은 도대체 누구일까?

우선 주택 수요자들이 꼼꼼해졌다는 게 건설업체와 분양대행업체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경기가 불투명한 데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된 영향이 크다.

용인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분양대행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전에는 시세차익이 오를만한 몇 가지 요인(개발호재‧역세권 등)만 맞으면 쉽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투자자가 꽤 많았죠. 일단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재테크 성향이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요. 대부분 계약자가 실수요라 따지는 게 많아요. 직접 살 거니까요.

개발호재‧교통여건 등은 기본이고 탑상형인데 통풍은 잘 되는지, 수납공간은 얼마나 있는지, 아이들 놀이공간은 어떤지, 발코니 넓이는 얼마나 되는지…. 꼼꼼하게 따지세요.”

이들 실수요들은 관심 있는 아파트가 있으면 청약 전에 견본주택을 여러 번 찾는다. 처음에는 주부 혼자 방문했다가 남편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 주변 지인들과 다시 방문해 의견을 묻고 한다. 분양 관련 상담도 상담원 한명과 하지 않는다. 여러 명과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종합해서 공통된 의견만 참고하는 것이다.

▲ 요즘 견본주택은 북적대는데 방문객에 비해 청약자는 많지 않다.

청약에 관심 없는 이들도 견본주택에 몰린다.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건설업체가 주택 수요자의 발길과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놀거리‧먹거리에 선물까지 제공하고 있어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인천 송도지구에 공급한 송도 더샵 그린워크 견본주택에서 오뎅과 호두과자 등을 먹을 수 있는 먹거리 포장마차를 무료로 운영했다.

방문객 한명당 오뎅 1꼬치와 호두과자 4알을 제공했지만 이달 들어간 재료비만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각종 이벤트 등의 집객 효과도 커

포스코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빈 집에 남겨진 노인들이 무료한 낮 시간을 보내고 무료 간식을 드시러 많이들 찾으세요. 어떤 노인은 5일 내내 점심 때 오시기도 했어요. 견본주택에 들어서기만 해도 라면이나 휴지 등 생필품을 선물로 나눠주니 그거 때문에 오기도 해요.”

다양한 컨셉트로 꾸며지는 것도 방문객을 모으는 요인이다. 견본주택 안에 조성된 키즈카페나 아이들 놀이공간, 무료로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 베스트셀러‧교양서적‧만화 등의 책을 배치한 독서공간, 무료로 손톱손질을 받을 수 있는 네일아트숍 등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견본주택을 찾아 안전요원이 지키는 키즈카페에서 아이를 놀게 하고 1회에 2만원이 비용이 드는 네일아트를 무료로 받고 카페테리아에서 이웃과 수다를 떤다.’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주택 거래가 줄자 한산해진 중개업소 관계자도 견본주택에 머문다. 분양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방문객의 대화를 들으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건설업체나 분양대행업체는 ‘어떤 이유이든 견본주택을 찾는 방문객은 환영한다’고 말한다.

“해당 아파트에 청약 계획이 없이 방문했다가도 유닛을 보고 반해서 청약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주거든요. 그리고 일단 견본주택을 찾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청약에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선물만 받고 나간다 해도 견본주택이 북적이게 해주니 썰렁한 것보다는 낫잖아요. 무조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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