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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은 삼성전자, 버핏은 인텔 … 한·미 대표 가치투자자 변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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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채원 부사장(左), 워런 버핏(右)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는 한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다. 그런 그가 삼성전자에 주목한 건 2010년 11월. 삼성전자는 당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초청인원은 모두 20명. 그러나 참석자는 단 6명뿐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70만원 고지를 넘어선 2009년 하반기 이후 1년 넘게 70만원대에서 정체된 상태였다.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평균 6%에 불과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펀드 매니저들 눈밖에 난 소외주였다. 이채원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는 그러나 이날 바로 투자를 결정했다. 한 해 영업이익 16조원의 삼성전자는 가격이 싼 데다 인기까지 없는 주식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이유다.

 2012년 3월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128만원에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33%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9.15%에 그친다. 삼성전자를 담지 않고는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거의 대부분 삼성전자 편입비중 15%를 꽉 채우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지금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CNN머니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버핏 역시 소위 기술주(IT)로 분류되는 IBM과 인텔을 담고 있었다. 시장에선 당장 “가치투자라는 버핏의 투자철학에 변화가 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IT 버블 때도 기술주를 쳐다보지 않았던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 가치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갑자기 변심한 걸까. 이 부사장은 “변심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가치투자 펀드가 기술주를 담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오해”라며 “버핏의 20년 수익률을 넘어섰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윌리엄 밀러는 기술주만 투자했고, 우리 펀드 포트폴리오의 기술주 비중도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버핏 역시 지난해 11월 “IBM과 인텔이 기술주라고 하기엔 이미 사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버핏이 투자한) 코카콜라나 P&G 같은 소비재와 다를 바 없는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과거엔 줄곧 “IT업체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술주 투자를 꺼려왔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라며 “기술주인지 아닌지, 혹은 대형주냐 소형주냐를 떠나 가격이 가치에 비해 저렴하다면 가치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어느 대형 우량주 역시 언제든 가치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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