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개그맨 방송진행자들의 득과 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초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 이후 EBS프로그램이 한층 낯익어졌다.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손쉬운 비결은 '진행자' 다.

〈퀴즈 천하통일〉의 컬트삼총사, 〈헬로 핑키펑키〉의 김미화, 〈캠페인 920희망릴레이〉 의 이경실,〈사이언스쇼 기상천외〉의 조혜련과 김수용,〈자신만만〉의 지상열.염경환 등 다른 지상파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던 개그맨들을 적잖이 만날 수 있다.

이제 EBS 역시 다른 방송사처럼 진행자의 주류를 개그맨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낯익은 얼굴을 등장시키는 것은 EBS의 채널 문턱을 낮추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

개그맨 특유의 순발력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준다. 하지만 연예인 진행자의 언어사용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는 EBS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진지함이 결여돼 과학게임쇼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다…반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여자 어린이에게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표현을 쓴다…어눌한 말투와 어휘력 부족이 퀴즈프로그램에 부적합하다…"

새로 출범한 시청자단체 '미디어 세상 열린 사람들'이 최근 내놓은 'EBS 개그맨 진행자 프로그램 분석' 보고서가 지적한 내용이다. 물론 칭찬도 적잖이 들어있다.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유도한다…자연스러운 진행에 노련함이 보인다"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타 방송에서 보여준 가벼운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개그맨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고도 평가했다.

문제는 결코 '개그맨이기 때문' 은 아닌 것이다. 대학교수이건, 개그맨이건 방송진행자라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향해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당연한 예의가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는 우리 방송현실에서 교육방송은 시청자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방송진행자로서의 '교육' 을 단단히 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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