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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서 미사 집전한 교황 ‘새롭고 열린 쿠바’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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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산티아고 데 쿠바 공항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영접하고 있다. 교황의 쿠바 방문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14년 만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 AP=연합뉴스]

“믿음을 다시 굳건히 하십시오. 평화·용서·이해로 무장하십시오. 새롭고 열린 사회, 더 나은 사회, 더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재임 중 처음으로 공산국가 쿠바를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26일(현지시간) 산티아고 데 쿠바의 혁명 광장을 가득 메운 쿠바인들에게 ‘열린 사회’를 촉구했다. 교황의 쿠바 방문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14년 만이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멕시코에서 전용기로 출발, 쿠바 제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 공항에 내렸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공항에 나와 영접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이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에도 맨 앞자리를 지켰다. 교황은 “쿠바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미래를 모색하고 있으며 지평 확대에 노력하고 있음을 믿는다”고 했다. 미사엔 약 100만 명이 참석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자비의 성모(라 카리다드) 목상(木像)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쿠바 북동해안에서 발견된 자비의 성모상은 쿠바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져 왔다. 교황은 방문 이틀째에 이 성모상이 안치된 엘 코브레 성당을 순례할 예정이다.

 넓게 보면 쿠바에서 가톨릭 파워를 확대시키려는 의도다. 피델 카스트로 의장 집권기에 무신론 국가를 선언했던 쿠바는 최근 성탄절 휴일을 공포하는 등 가톨릭과 우호적 관계를 회복 중이다. 쿠바는 1100만 인구의 60% 정도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미사에 참석하는 이는 훨씬 적다. 신자 비율도 인근 국가 멕시코(85%)에 비해 낮은 편이다.

 쿠바 정부는 14년 만의 교황 방문을 대외 발언의 창구로 활용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을 영접하면서 반세기에 걸친 미국의 경제제재를 환기시켰다. “우리의 자유와 평화, 정의를 앗아가려는 막강한 세력이 있다”며 이 경제제재가 “(쿠바에) 기아와 절망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도 철저히 통제했다. 외신들은 일반인에겐 미사 참석이 강제적으로 종용된 반면 반체제 인사들은 참석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교황이 쿠바 체류 중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만날지도 주목거리다. 지난해 쿠바에서 암 수술을 받았던 차베스 대통령은 재발한 암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24일 다시 쿠바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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