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명예교수 "일본은 위안부들이 죽기만 기다려"

중앙일보

입력

"조속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 정부의 공동성명 발표를 제안한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74) 도쿄대 명예교수는 15일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세미나에서 위안부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학자로, 2010년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석학 100명의 '강제병합조약 무효화 선언'을 이끌어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추진한 '아시아여성기금(2007년 해산)'의 전무이사를 맡기도 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은 애초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했다가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시아여성기금을 제시했다"며 "일본이 이제 와서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외교 협상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 정부는 위안부 문제 협의를 위한 예비 세션에라도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모두 234명. 이중 생존자는 64명뿐이다. 와다 교수는 "이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입법해결인데, 이는 일본내 반발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법 해결이 여의치 않다면 한·일 정상간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의 내용은 사죄와 보상이다. 그러나 과거와 똑같은 총리의 사죄는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와다 교수는 "1993년 위안부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입장을 담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총리의 '고노담화'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반성·사죄에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는 "보상도 명목이 중요하다. 과거 일본 측이 제시했던 '위로금''동정금'이 아닌 (피해자를 배려한) 좋은 명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소녀상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길 바라지만 지금 상황에선 (설치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요시위가 1000회를 맞이할 동안 일본 대사관은 그들에게 문(대화)을 열지 않았다. 이는 그 할머니들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