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서 ‘학습법’ 열공하는 부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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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왼쪽)씨와 방경애(오른쪽)씨가 학습법을 공부하면서 서로간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혼자서 할 때 보다 상호 보완적이라 교육효과는 높다.

어른의 시각에서 자녀들을 바라볼 경우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공부와 관련한 문제는 부모 세대의 경험이 더해져 자녀들과 마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세대와 달리 지금의 교육환경은 많이 변했다.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강압적인 방식을 들이댈 경우 자녀들이 커가고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를 해소하고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학습법을 공부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정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다양하다.

부부 함께 공부하며 지도 방법 의견 교환

“예전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집에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한다는 생각을 한거죠, 하지만 공부는 양보다 질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런 불안함은 없어졌습니다” 온라인 교육과정으로 부모 학습법 과정을 듣고 있는 박상현(42·경기도 일산시)씨는 국제선을 운항하는 조종사다. 한 달에 절반 정도는 집을 비운다. 하지만 공군에서 조종사로 생활할 때와는 달리 비행일정이 없는 날도 많아 집에서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잔소리로만 받아들이는 중학생 아이를 보게 되면서, 자신이 성장했던 시대의 잣대를 들이된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특히 주변에서 쏟아지는 각종 교육관련 정보에 혼란스러웠다. “정보는 많은 데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건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가 없더군요, 좋다는 얘기에 무턱대고 아이를 맡길 수도 없잖아요? 우리 아이를 위한 나만의 판단기준이 필요하겠다 생각했죠.” 박씨가 학습법 과정을 시작하게된 이유다. 박씨는 학습법을 수강할 때 원칙이 하나있다. 부부가 함께 등록해 같이 그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강의를 듣다가 서로 간에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방법적인 부분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박씨가 수강하는 부모 학습법 과정은 온라인 과정으로 진행되지만 과정 수료를 위해서는 각오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배웠던 내용을 자녀들에게 실제로 적용했는지 등을 보고서 형태로 입력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과정을 진행하니 혼자서 들을 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보완할 수 있어 교육효과가 높아졌다.

“엄마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는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지 난감했어요, 하지만 학습법을 배우면서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지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씨의 부인 방경애(39)씨는 학창시절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대할때마다 ‘엄마는 이해를 못해’라는 반응에 거리감을 느꼈다. “저희 때만 해도 책상에 않아서 연필 한 자루가 닳을 때까지 진득하게 공부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잖아요? 그 경험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더니 그렇게 반응한 것 같아요”라며 회상했다. 학습법 강의를 들으면서 두 부부가 공감한 내용은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강의를 듣다가 학습은 배우고(學) 익혀야 한다(習)는 의미인데, 이것저것 배우는 것만 많아지지 정작 자기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해진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양보다는 질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동기부여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부모들의 생각이 변화되면서 잔소리가 줄었다.

사교육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자녀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변화도 따라왔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놀기 바빠 공부는 뒷전이었다. 지금은 우선순위를 정해 그날의 복습과 과제물 등을 가장 먼저 해결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들 부부는 “부모의 역활은 공부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실을 공감했다”라며 “아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생각 바뀌어 잔소리 줄이자 아이들도 변화

“부모가 학습법에 대한 강의까지 수강하면서 공부해야 하냐는 생각도 들었죠” IT 사업체를 운영하는 장광천(50·서울 서초구)씨는 부모 학습법 과정을 신청하기전 이같은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자녀를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좋았지만 중학교 들어와 성적이 떨어져 자신감을 잃어버린 셋째 아들과 함께 신청했다.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때와는 여러 부분에서 다르더군요 과거에는 외우기만 해도 좋은 성적을 받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단편적 지식뿐 아니라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가 따라오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얻기가 힘들더라구요.” 장씨는 이 같은 환경변화에 주목했다.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지시만을 해서는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씨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부모역할 보다는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선정했다. 예컨대 제2외국어를 하나 선정해 올해까지 몇 점 이상의 실력을 만들겠다는 식이다. 아빠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씨는 “부모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공감을 하고 따르겠어요? 학습법을 배우면서 제일 중요하다고 깨달은 것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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