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프로야구결산] ⑤세계화시대의 프로야구(완결)

중앙일보

입력

21세기 한국프로야구의 화두는 세계화다.

프로야구란 국제대회보다는 국내 리그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사업이지만 더이상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시대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프로야구의 세계화는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국내 야구인들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94년 태평양을 건너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LA 다저스)를 시작으로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조진호(보스턴 레드삭스) 등 20여명의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줄줄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다.

96년에는 최고투수였던 선동열이 일본으로 이적했고 98년 이종범과 이상훈도 뒤를 따라 주니치 드래곤스에 입단했다.

국내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국내리그 운영과는 무관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내면적으로 엄청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유망선수들의 해외진출은 곧바로 국내프로야구의 선수 기근 현상을 불러왔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마추어 저변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엘리트 체육의 활성화로 인해 그동안 선수 수급에 큰 애로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90년 중반부터 해마다 3-4명의 최대어급 선수들이 빠져 나가다보니 국내프로야구는 물갈이에 실패했고 팬들을 끌어들일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다.

그 결과 프로야구는 급격한 관중 감소 현상이 발생했고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선수 수급의 방향을 해외로 돌리게 됐다.

마침내 프로야구는 출범이후 굳게 지켜왔던 '혈통주의'를 98년 포기하고 외국인 선수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KBO의 현행 외국인선수 제도는 완전 개방이 아닌 조건부다.

KBO는 외국인선수 도입 첫 해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를 선발했고 용병 보유 한도도 팀 당 2명으로 제한했다.

올 해는 용병 선발 방법을 각 구단 자율에 맡겼지만 내년에 다시 트라이아웃 재개를 검토하는 등 아직도 문호개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과는 감히 경쟁할 수 없는 열악한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KBO의 제한정책이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언제까지 안방에 웅크리고 앉아 '우물안 개구리'로 남을 수 는 없다.

21세기의 세계화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 것이고 국내프로야구도 당당히 맞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야구 선진국들과 맞붙어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 리그의 자생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모그룹의 도움없이는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는 적자 투성이 기업으로선 국제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이제는 풍성한 볼거리 제공과 스포츠 마케팅의 활성화를 통해 흑자 전환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유망 아마선수들을 싹쓸이 해 간 메이저리그가 일본의 학생선수 영입이 용이치 않은 것은 일본 프로구단의 재력이 미국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야구단이 이윤을 남기는 흑자기업으로 거듭나야만 국내 우수 유망주를 지킬 수 있고 외국의 수준 높은 용병을 데려올 수도 있다.

프로야구의 외교력도 키워야 한다.

KBO는 아마선수의 무분별한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수 년동안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에 협정서 개정을 요구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한국프로야구는 흑자 전환이 될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만 거센 세계화의 물결속에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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