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시간 잡으니 꽉 찬 학부모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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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1일 서울 강명초등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 설명회.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지난 21일 오후 7시 회사원 이승철(39)씨는 학부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의 강명초교를 찾았다. 맏아들이 4학년에 다니고 있고 둘째 아들이 올해 입학한 학교다. 그동안은 학부모 행사가 매번 평일 낮에 열려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씨는 “저녁에 행사를 여니까 회사에서 정시 퇴근을 해도 부담 없이 올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날 강명초교(교장 김영동)는 1학년 학부모들을 초대해 ‘교과과정설명회’를 가졌다. 다른 학교라면 오후 2~4시쯤 갖는 행사를 오후 7시로 옮겼다. 설명회가 열린 시청각실은 120여 좌석이 부족해 보조의자까지 놓아야 했다. 1학년 학생 159명 중 130여 명의 부모들이 참석했다. 20여 쌍의 부부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의 이부영 교육과정부장은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행사 시간을 늦게 잡았다”며 “예상보다도 참석자가 더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장·연구부장으로부터 1시간여 설명을 들은 뒤 교실로 자리를 옮겨 담임교사와 대화시간도 가졌다.

 학부모 편의와 참여 확대를 위해 학부모 총회나 설명회 같은 각종 학부모 행사를 저녁에 여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배려하고 특히 아빠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 서울교육청도 지난달 각 학교들에 “학부모 모임을 가급적 평일 오후 늦은 시간이나 토요일에 열라”고 권고했다.

 행사 시간을 바꾸자 ‘워킹맘’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남편과 함께 설명회에 참석한 회사원 이수진(34)씨는 “회사를 조퇴할 필요 없이 맘놓고 학교에 올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상원초교도 학부모 설명회를 23일 오후 7시로 정했다. 이용환 교장은 “부모와 교사의 소통이 잘 될수록 학생과 학교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행사시간을 늦췄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의 해솔중(교장 정권용)은 최근 오후 7시에 학교운영위원 선거를 치렀다. 학생 760명의 부모 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종호 교무부장은 “올해 처음 직접투표를 도입했는데 저녁으로 잡았더니 예상보다 많은 학부모가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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