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체는 DJ정부 잘못이 더 크다” 몰락 13년 만에 회고록 낸 대우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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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룹 창립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 전 회장이 다른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책 한 권으로 부족하고, 각 분야의 일했던 사람을 모아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23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우중(76) 전 대우그룹 회장이 주변과 나눈 소회다. 그의 이같은 말은 45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에세이집 『대우는 왜?』를 받아들고 나왔다. 그에게 책을 건네며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가 비록 해체됐지만 어떤 기업보다 과감히 해외로 나갔다. 그 도전정신이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대우맨들에게 의미가 깊다. 그룹이 설립된 후 1999년 해체될 때까지의 각종 기록·비화를 처음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책은 김 전 회장의 친구이자 창업 동지였던 이우복 전 그룹 부회장, 이경훈 전 대우 회장 등 옛 대우그룹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33명의 경험담을 엮었다.

 해체되기 전 대우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2위의 대기업이었다. 특히 김 전 회장의 ‘세계 경영’ 전략은 ‘대우의 일터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는 슬로건으로 맹위를 떨쳤다. 해체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은 여전하다. 대우그룹 해체가 김 전 회장의 무모한 세계 경영 전략 때문이었는지, 대우에 대한 정부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이 옳았는지를 놓고서다.

 “대우의 해체는 대우의 잘못보다 당시 정책에 실패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말만 쫓아 국익을 무시했던 DJ 정부 당국자들이 김우중 회장이나 대우그룹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려 할 때 너무 안타까웠다.”

 이번 책에서 이한구 전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이 대우그룹 해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다소 날 선 목소리다. 사실 2년 전부터 이 책을 기획한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해체 당시 사정에 대해선 말을 아끼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발간을 앞두고 서문 내용이 수정됐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서문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때문에 대우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대우 해체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거다. 이는 최근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본지에 연재하고 있는 ‘남기고 싶은 이야기’에서 “대우 해체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날 기념식에는 400여 명의 대우맨이 참석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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