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메이저리그 중계권

중앙일보

입력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4년 간 단독 계약한 MBC에 대해 KBS.SBS가 지상파 방송3사 간에 맺어진 '합동방송시행세칙' 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합동방송시행세칙은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경기에 대해 방송사간 과당경쟁을 막기위해 공동협상.공동중계를 약속한 것으로 한국선수들이 진출한 미국 메이저리그.일본 프로야구. LPGA골프 경기등도 포함돼있다.

이 세칙에 따라 메이저리그 중계권 협상의 대표방송사인 KBS의 이규창 스포츠국장은 "합의를 어겼을 경우 2년 간 합동중계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제재조항의 적용을 다른 방송사와 논의할 것" 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2002년에 열리는 월드컵경기 중계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홀대해온 MBC가 메이저리그 중계를 위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를 국내에 독점중계, 이번 협상에서도 우선권을 갖고 있던 경인방송측은 "지난해 10월말까지도 4년 계약에 총액 1천5백만달러를 요구하던 메이저리그 중계권이 다른 방송사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폭 올랐다" 고 비판했다.

경인방송 박윤행전무는 "지난 7월 연간 7백만달러씩 3년 계약안을 최종 제의할 뜻을 타진했지만, 중계권협상을 주관하는 MLBI측은 '다른 방송사에서 훨씬 좋은 제안을 받고 있다' 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고 말했다.

지난 3년간의 중계권료 총액이 5백50만 달러였던 데 비해 MLBI측의 요구액은 최소 4배나 상승한 셈이다.

이에 대해 MBC측은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세간에 나도는 연간 1천만달러 계약설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에 계약했다" 면서 합동방송세칙을 깬 데 대해서도 "다른 방송사들이 합의에 관계없이 독점방송권 확보 경쟁에 나섰기 때문에 MBC도 협상에 착수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SBS 이재명 스포츠본부장은 "SBS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3사 합동방송 대상이 아닌 케이블쪽 중계권이었다" 면서 지난 8월 MLBI의 협상대표가 국내 방송사를 차례로 방문한 사실을 지적, "국내 방송사들이 메이저리그 장사꾼들에 놀아난 격" 이라고 말했다.

MBC는 박찬호.김병연 등 한국선수 출전경기를 중심으로 지상파에서 주1회, 내년 4월 개국예정인 케이블채널에서 주2회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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