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천안함 2주년의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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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정두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개인적으로 천안함과 인연이 각별하다. 해군에서 드물게도 수상함 부대와 잠수함 부대를 모두 거쳤으며, 천안함 제3대 함장을 지냈고, 폭침된 천안함을 인양하고, 결정적 증거인 북한 어뢰 잔해까지 찾았다. 2010년 3월 26일 해군교육사령관이었던 나는 사건 직후부터 백령도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 작업, 어뢰 잔해 탐색 및 인양 작업까지 현장을 총지휘했다.

 당시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여단(UDT) 요원 등 장병이 50여 일간의 분투 끝에 백령도 사고 현장 인근에서 북한 어뢰 공격의 결정적 증거인 북한 어뢰 프로펠러와 천안함 선체를 인양한 것도 직접 확인했다. 이렇게 천안함 희생 장병 구조, 결정적 물증 수색 등의 전 과정을 지휘하면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었고, 지금 그 누가 말도 안 되는 해괴한 말로 여론을 호도하더라도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천안함 희생 장병을 두 번 죽이지 말라.’

 천안함 2주기가 되었건만 일부 종북 세력의 여론 호도가 재연되고 있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내신 분이 천안함 의혹을 재차 제기하는 것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그분은 지난 3월 1일 공개석상에서 “해군작전사령부는 위성을 이용해 모든 물체를 디지털로 기록한다. 배가 언제부터 공격받아서 흘러갔는지 다 나온다. 청와대에도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분명하게 국민이 신뢰하도록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정부가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위성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물속 깊은 곳을 정확하게 살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물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잠수함을 위성으로 판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것은 억지가 아니면 과학의 기초상식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전파는 물이라는 매질을 통과할 수 없다. 레이더로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잡을 수 없다. 그래서 소나라고 하는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잠수함을 찾는 것이다.

 또 당시 야당 추천으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신상철씨의 경우 지금도 ‘천안함 침몰 = 좌초’ 운운하고 있다. 배를 많이 타 본 사람이라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좌초가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을 텐데, 정작 해양대를 졸업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했다는 신씨는 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일까.

 북한도 2010년 11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방위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공개하면서 ‘좌초’라고 주장했다. 신씨나 북한의 주장처럼 만약 천안함이 좌초되었다면 배 표면에 심하게 긁힌 부분이 있어야 한다. 또 함정 내 장병이 탈출할 시간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의 잔해와 당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어뢰의 버블이 치고 올라가 단면 좌우가 위로 찌그러진 채 두 동강 났다. 일부 희생자들은 충격으로 기절했고, 일부는 탈출할 시간이 없어 함정 내 공기방울을 따라 최후까지 몸부림치다가 숨졌다. 좌초라면 이럴 수가 없다.

 천안함의 진상을 왜곡하려는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한민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을 폄훼하면 안 된다. 희생 장병을 두 번 죽이면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는 데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언제든지, 어떤 장소에서라도 진상을 알려줄 용의가 있다. 천안함 제3대 함장으로서, 희생 현장 지휘자로서,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나의 책무이자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 이념을 떠나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천안함과 같은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두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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