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락스 튀지 않게 37년 만에 용기 바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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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살균·소독제인 ‘유한락스’ 용기가 출시 37년 만에 처음으로 바뀌었다. 이달부터 디자인을 바꾼 것은 물론 손잡이에 작은 구멍까지 뚫었다. 이 구멍이 있어야 락스를 따를 때 갑자기 많은 양이 쏟아지면서 튀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용액이 튀어 탈색되는 일이 많다”는 소비자 불만에서 해결책을 찾아내 용기를 개선한 것이다.

 37년 만의 변신은 유한락스를 만드는 유한크로락스의 정운철(62·사진) 대표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2006년 대표로 취임한 그는 부임하자마자 전 직원에게 “소비자 의견을 들으라”고 주문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유한크로락스는 제조만 하고 유한양행이 판매를 담당하다 보니 소비자로부터 직원들이 동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한락스는 출시 후 줄곧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킨 제품”이라며 “하지만 1등을 오래하면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자체가 안일함에 빠져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고객을 만나고 제품에서 바꿀 부분을 계속해서 찾아보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가 이런 식의 경영을 하는 것은 그의 경력과도 연관돼 있다. 영업·마케팅 경험이 많다. 1975년 유한양행에 평직원으로 입사해 영업이사, 마케팅·홍보 담당 상무를 지냈다. 그러면서 ‘소비자’를 무엇보다 앞에 놓는 습성을 익혔다. 입사 후 7년 만에 국내 제약회사를 통틀어 1인 영업 매출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살균·소독제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말이 있지만,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진화시키면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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