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천수 '희망이 무너지면 끝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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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의 퇴장은 나에게 큰 경험이 됐다. 아시아 청소년축구 3연패를 꼭 이루고 말겠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간판' 이천수(19.고려대)가 시드니에서의 악몽탈출을 외치며 테헤란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이천수는 이달 12일부터 26일까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32회 아시아 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시드니 악몽 이후 부상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던 이천수. 부상정도가 의외로 깊어 불안해 했으나 빠른 회복속도 덕분에 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약속했다.

이란 출격을 앞둔 이천수를 지난 1일 청소년대표팀 숙소인 타워호텔에서 만났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아시아 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가 임박해 오면서 하루 종일 훈련을 하면서 보낸다. 얼마전부터 부상부위가 차츰 회복돼 연습경기를 하면서 실전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이 끝난 저녁에는 부상부위 물리치료도 신경쓰고 있다. 아직 완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녁 때 1-2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있긴 하지만 훈련하는데 너무 피곤해 그냥 푹 쉬고 있다.

* 부상상태는 어떤가? 그리고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 이제까지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많이 아팠다. 그래서 처음엔 겁도 나고 심적으로도 많이 지치곤 했다. 그런데 물리치료를 집중해서 하다보니깐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 얼마 전부터 연습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리듬이 회복되고 있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80% 정도다. 앞으로도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본선 컨디션에 맞추면 시합 때 베스트로 충분히 경기에 임하지 않을까 본다.

* 청소년 축구대회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오전과 오후, 하루 두차례씩 하고 있다. 주로 전술훈련에 중점을 두며 시간이 날때마다 개인훈련을 한다. 개인기 훈련을 하는데 특별한 방법은 없고 그냥 쉬지않고 계속 공을 가지고 논다.

* 며칠전 대진표가 바뀌었는데?
(처음- A조: 이란, 중국, 태국, 파키스탄, 오만. B조: 한국, 일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였으나 => A조: 이란, 일본, 태국, 오만, 쿠웨이트. B조: 한국, 중국,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파키스탄으로 재구성, 이유는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같은 조로 편성된 때문)

= 아주 잘됐다. 우리도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예선통과는 무난하다고 보여진다. 목표는 우승이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을 하는데 걸림돌들은 미리 제거되는게 좋은거다.

아마도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것으로 본다. 지난번 일본과의 평가전을 치루기 전에 꼭 이긴다고 했는데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아쉽게 비기고 말았다. 어디서든 일본을 만나면 대파해서 그때의 약속도 지키고 한국축구의 자존심도 회복하겠다.

* 아시안컵 축구를 보면서 아쉬움이 컸을텐데...?
= 가서 뛰고 싶다는 맘 밖에 안 들었다. 특히 한국 선수들 개인기 없다는 소리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우리나라팀이 약한팀이 절대 아닌데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간의 호흡이 더 맞지 않았다.

나를 비롯한 청소년 대표팀을 한국축구의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이 무너지면 끝장이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

* 본인이 보기에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 브라질과 같은 남미팀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고 유럽은 개인기도 기본이지만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봐도 개인기에 짧은 숏패스가 상당히 위력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한 전술이 없다. 같은 숏패스를 해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패스 타이밍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맞는 전술을 갖지 못하면 한국축구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본다.

* 많은 사람들이 조그마한 선수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 슛에 힘이 실리는지 궁금하다고 한다. 자신의 슈팅파워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카를로스 스타일]

= 과거에는 하체근육이 슛팅력과 직결된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근육축구, 힘의 축구는 없어져야 한다. 근육이 단단하다고 해서 슛팅을 잘 때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슛팅의 힘은 발목힘과 정확한 타이밍이다. 나 역시 슛을 하는 순간 타이밍에 가장 큰 신경을 쓴다.

* (축구와는 관계없지만) 기자가 보기엔 그냥 좋은 누나, 동생 사이처럼 보이는데 언론에서 (엄)지원과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잘못 쓴 기사니깐 그냥 모른 척 지낸다. 누나와 난 서로가 팬이다. 그리고 내 성격상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떳떳하게 얘기한다. 요즘에도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훈련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만나진 못했다.

*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 내가 너무 좋아서 누나에게 먼저 다가갔다. MBC에서 방송하는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지원누나를 처음 보았다. 그 프로에서 누나는 톡톡튀면서 발랄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만 그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희망이 무너지면 끝'이라는 이천수 선수의 말을 기억하면서 한국축구의 희망이 되살아나길 바라며 자리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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