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광장,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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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서울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며 “(광장은) 허가에 의해서가 아닌 누구나 나와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원래 허가제로 운영하던 광장 사용을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걸 지지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 조례가 ‘도로나 하천 등 공유재산은 당국의 허가를 받고 사용한다’는 상위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제소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그걸 취하했다.

 이후 광장은 시위대에 완전 개방됐다. 그런 ‘박원순의 서울시’가 최근 노숙 시위대에 경고 공문을 보냈다. ‘대학생사람연대’ 등 학생 단체의 ‘점령(Occupy) 시위’ 시위대가 음주와 흡연을 일삼자 준법과 질서유지를 요청한 것이다. 또 15일엔 집회신고 기간이 끝났는데도 남아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 시위대’에 공문을 보내 집회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다.

 지금 서울광장은 밤이면 난장판이 된다. 등록금 폐지 등을 요구하며 광장 동쪽에 텐트를 친 대학생 단체는 총선 직전일인 4월 10일까지 무려 41일간 광장 사용 신고를 해놓았다. 또 신고도 하지 않은 시위대까지 가세해 밤이면 음주가무(飮酒歌舞)·고성방가(高聲放歌)가 난무해 인근의 시민과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광장이 진정한 시민의 공간이 되기 위해선 시위대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의 문화와 휴식 공간이 돼야만 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광장을 관리하고 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 서울광장을 이대로 둘 경우 자칫 개인들의 이기심이 공유자원을 황폐화하는 ‘공유의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