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대승 '시리즈 분위기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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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기사회생하며 한국시리즈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연패의 벼랑에서 팀을 구한 선수는 조계현과 홍원기였다.

선발투수 3인의 로테이션으로 치러지는 시리즈의 4차전은 결국 1차전의 되풀이였고, 아직은 기약 없는 7차전의 예고편이기도 했다. 조계현은 15년 후배인 김수경과의 재대결에서 침착성을 잃지 않고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팀을 살려냈다.

4회까지 병살 2개가 나오는 등 세 번의 득점기회를 무산시킨 두산과 상대실책에 편승하고도 점수를 내지 못한 현대의 공격 양상으로 인해 경기는 선취점 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분수령은 5회였다.

퀸란이 좌익선상을 스치는 안타를 치고도 2루에서 횡사하며 연이은 후속타가 무위로 돌아간 현대에 반해 두산은 홍원기와 정수근의 적시타로 귀중한 2점을 뽑아냈다.

이 점수의 의미는 사뭇 컸다. 두산으로선 시리즈 첫 선취점인데다 처음으로 잡은 리드이기도 했다. 22이닝 동안 끌려가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의 타격을 지켜보던 조계현은 졸지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며 힘이 솟았다.

기회를 포착한 두산이 더욱 쾌재를 부른 것은 6회말. 우즈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심정수의 안타가 터지며 김수경을 강판시킨 것. 펄펄 날던 선발 3인방의 날개에 흠집이 난 현대는 1-2경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찜찜한 기분으로 경기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0-6으로 대패를 당한데다 팀내 최고참 조계현과 정명원의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큰 충격은 김재박 감독이 밀린 수싸움 이었다.

7회말 1사후 정수근이 조규제에게 3루타를 뽑아내자 타석에 장원진이 들어섰다. 현대는 좌완 조규제를 스위치히터인 장원진까지 상대시킬 생각이었다. 초구는 볼. 이때 두산은 난데없이 대타 이도형을 내보냈다. 타석에서 공격중인 선수의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장원진의 부진 때문이기 보다 조규제를 끌어내리기 위한 김인식 감독의 계산된 행동이었고 투수는 신철인으로 바뀌었다. 타석엔 새로운 대타 최훈재가 자리했고 적시타를 쳐내며 김재박 감독과 신참투수 신철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두산은 오늘 선수단과 벤치가 고무된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갔다. 정수근 심정수 등 주력타선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고, 홍원기 강 혁 등이 수비의 안정을 찾았다. 문제는 '이 상승세를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느냐'이다. 5차전이 내일 낮 경기로 열리는 것은 일단 두산 쪽에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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