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유서-동료부인 주장, 차이점과 남는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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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찬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은 유서에서 구 재무부 시절 옛 직장동료의 미망인 이모(55)씨를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씨는 `엉터리 정보의 피해자'라며 유서내용을 반박,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장씨 유서에는 내용 자체로는 풀리지 않는 몇가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장씨-이씨 누구 주장이 맞나= 유서에 나타난 장씨 주장을 요약하면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의 제의로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샀다 비싸게 팔아 6억3천여만원의 차익을 올린 뒤 그 돈을 다시 한국디지탈라인(KDL)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입고 동방금고에서 7억원을 보전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좋은 주식정보를 알려달라'는 이씨의 요청과 이씨 가족을 위한 배려 때문이었으며, 이씨가 5억원의 손실보상을 요구해 동방금고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

이에 대해 이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DL주식이 5만~10만원까지 갈 거라는 말을 듣고 주변 돈까지 끌어들여 대거 매입했다 큰 손실을 입었을 뿐 손실보상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장씨가 평창 주식투자로 벌어 건네줬다는 7억원도 '내게 맡겨뒀던 것이고 KDL주식 1만9천주(주당 3만5천200원)를 샀다가 주가가 매입가 10%(3천600원)대로 폭락한 뒤 팔아 금고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씨는 장씨가 맡긴 7억원과 자기가 끌어모은 돈 15억원 이상을 KDL에 7만주나 투자했다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장씨는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한 결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해)준 것 같다'고 유서에 남겨 동방금고가 이씨에게도 손실을 보전해준 것처럼 써놓았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두 사람중 누가 실제로 주식투자를 한 것인지, 평창 주식에서 번 돈 7억원은 장씨 돈인지 아니면 장씨 주장대로 이씨의 투자를 위한 돈인지 등이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관련,'이씨는 장씨의 계좌관리인으로 보인다'고 말해 장씨가 이씨를 끌어들여 주식투자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손실보전' 누가 얼마나 받았나= 장씨 유서에는 KDL 주식원본 2만주(3억4천100만원)와 동방금고의 손실보전금 3억5천900만원을 합해 7억원이 만들어진 것으로 나와있다.

그리고 손실보전의 조건으로 '민원이 발생할 것 같으니 정현준 사장에게 주식을 담보하고 원금은 우선 주고, 일정금액을 차입한 뒤 주식이 상승하면 정리하는 것으로 제의'했다고 적시돼있다.

그러나 이 말이 현금 3억5천900만원을 이씨에게 보전해줬다는 것인지, 자신이 받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주식원금과 손실보전금을 합해 7억원을 보전받았다는 뜻인 지 등이 유서내용만으로는 불분명하다.

특히 이씨는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다'고 주장,유서내용을 더욱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칭되지 않은 인물들= 유서에는 또 `친분이 있는 분',`친구',`옛날에 같이 근무한 동료' 등 세 부분에서 특정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해 궁금증을 부풀리고 있다.

이중 평창주식 매입경위에 나오는 `친분이 있는 분'은 뒷장의 `금감원 임직원에게' 부분과 조합해보면 동방 유 사장과 종씨인 류준걸 평창정보통신 사장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또 장씨가 평창주식을 살 때 1억6천만원을 빌린 걸로 돼있는 `친구'는 말 그대로 친구로 나중에 이자 1천만원을 붙여 돈을 갚은 것으로 나와있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마지막 `옛날에 같이 근무한 동료'는 평창 주식 5천주를 함께 매입한 것으로 나와있는데 당시 장씨처럼 액면가(8천원)로 샀다면 엄청난 특혜나 일종의 주식로비를 받은 인물이 된다.

검찰은 '추정되는 인물이 있고 금감원은 아닌 다른 부처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해 의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현준.이경자씨 역할= 장씨 유서에는 동방 유 사장이 주식매입을 알선하고 대금관계도 모두 알아서 해준 것처럼 나와있는 반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현준 사장은 단 한번만 나오고 이경자 부회장은 아예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장씨가 유 사장 하고만 거래했다는 뜻인지, 의도적으로 이경자.정현준씨 부분을 뺐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유서는 같은 날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또박또박 쓴 글자와 휘갈겨 쓴 글자가 혼재돼있고 간혹 `끼워넣기' 표시가 나타나며, 항목표시 변호가 `3-4-5-4-3' 식으로 뒤섞여 있는 부분도 있어 작성경위에 의문이 일고있다.(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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