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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강석진 서울대 교수의 신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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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석진(수리과학부) 교수의 별명은 ‘축구공 위의 수학자’다. 전공인 ‘수학 표현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자인 동시에 아마추어 축구 선수이자 스포츠신문 축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색적인 경력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신문을 열심히 읽은 덕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재다능, 팔방미인이란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강 교수의 유쾌한 신문 읽기 노하우를 들어봤다.

강석진 교수는 “종이 신문은 인터넷에 비해 편안하게 사색하며 읽기 좋다”고 말했다. “과학이나 교육 등 관심 있는 지면을 펼쳐놓고 읽다 보면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된다”며 종이 신문 읽기를 권했다.

상식 넓어져 신문이 동화책보다 재미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말레이시아에서 ‘메르데카컵 축구 경기’가 열렸어요. 아시아 12개국이 참가해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시합이었는데, 그해 우리나라가 우승을 했거든요. 매일 저녁 라디오로 축구 중계방송을 듣고 다음 날 아침 신문 기사로 경기 내용과 결과를 확인하는 게 일과였죠.”

 초등학교 축구 대표선수로 뛸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강 교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기사를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당시 신문은 열 살짜리 아이가 읽어내기 만만치 않았다. 사람 이름이나 지명 등 중요한 어휘는 모조리 한자로만 표기돼 있고 글자도 세로로 배열돼 있어서다.

 강 교수는 아침마다 신문을 들고 대학생인 고모를 찾아가 한자를 물어가며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그는 “경기가 시작할 때만해도 ‘韓國(한국)’도 제대로 못 읽었는데, 결승전이 끝날 때쯤 되니 선수 이름, 각 나라 이름을 술술 읽을 정도가 됐다”며 “주변에서 깜짝 놀라 ‘신동’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고급 지식도 익힐 수 있었다. “홍콩을 한자로 향항(香港)이라고 쓰고, 인도네시아는 인니(印尼), 말레이시아는 마래서아(馬羅西亞)라고 써요. 이런 걸 초3 때 다 알 정도였으니, 그때 신문을 통해 익힌 상식이 엄청났죠.”

 한자에 익숙해지니 스포츠면 외에 다른 기사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에서 익힌 한자를 조합해서 수출·정상회담·경제 등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들을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회택 선수의 ‘회(會)’자로 ‘정상회의’를, 차범근 선수의 ‘범(範)’자 덕분에 ‘모범운전사’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축구 때문에 신문 읽기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신문 자체가 동화책보다 더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애들은 잘 모르는 걸 나는 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요즘 신문은 한자가 사라진 대신 ‘FTA(자유무역협정)’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LTE(차세대 통신기술)’ 등 영어로 된 줄임말이나 ‘아킬레스건(약점)’ ‘피라미드(연쇄작용)’ 등 원래 단어의 의미를 차용해 시사 용어로 쓰는 경우도 잦다. 이런 어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글자는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강 교수는 “신문을 읽다 보면 한자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고급 어휘를 익히고 교양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사 찾아주고 비판적 사고력 키워

그는 청소년들에게 “신문을 읽다 보면 나를 잡아 끄는 주제가 무엇인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가 ‘축구’라는 주제에 끌렸던 것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찾아보라는 말이다. 그는 “청소년 시기에는 ‘내가 평생을 견디며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신문이 자신의 관심사를 정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보다 종이 신문을 읽는 편이 진로를 탐색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특히 칼럼은 전문가의 식견이 녹아 있고 내용에 깊이가 있어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교육이나 과학·문학처럼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핵심 이슈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강 교수는 “신문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기자의 시각에 동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읽으라는 의미다. 그는 “독자 스스로 정보를 거르는 ‘체’의 역할을 해야 해요.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검증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신문입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강석진 교수에게 신문은 ‘거울’이다

강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포털 사이트 네이트(www.nate.com)에서 ‘뉴스&톡’이라는 뉴스 추천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 교수가 네티즌에게 읽을 만한 뉴스를 추천한 뒤 기사에 대한 짧은 소감을 덧붙이는 코너였다. 그는 수학이나 과학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은 물론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관련된 기사를 추천 목록에 담았다.

 “기사를 모아놓고 보니, 그게 딱 제 모습이더라고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일들 가운데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걸 또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비쳐졌어요.”

 그는 스스로를 “정치나 경제 등 큰 범위 쟁점보다 문화나 스포츠 같은 개인 취미와 관련된 기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기사를 찾아 읽으며 드러난 자신의 관심사를 토대로 진로를 모색해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청소년들에게 신문 읽기를 당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문을 자신에 대해 정확히 비쳐볼 도구로 삼으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청소년기에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할 4가지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뭘 오래할 수 있는지’다. 그는 “신문이 이 질문들의 답을 찾는 데 길잡이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속 인물과 사건] 2012. 3. 7. 노랑머리 신지애 “큰 산 넘었다”

“우승보다 실수 줄이는 게 중요” … 신지애처럼 내 기준 정해보자

중앙일보 2012년 3월 7일자 28면

새 학년이 시작됐네요. 학생 여러분은 바뀐 교실과 선생님, 새로 사귄 친구들 덕분에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신문을 펼쳐 보면 학생 여러분 말고도 변화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어요. 다음 달 11일에 열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각 당 후보자들의 일상도 분주하기 그지없지요. 최근엔 신문 지면이 온통 선거 이야기로 가득 채워질 정도로 정치 쪽에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네요.

 선생님이 주목한 사람은 요즘 최고로 바쁜 정치인이 아니라 골프의 여제 신지애 선수예요. 여러분도 신 선수를 잘 아실 거예요.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공식 데뷔해 세계순위 1위까지 올랐던 최고의 골프선수죠. 지독한 연습벌레이자 효녀로도 칭송이 자자해요. 토끼를 닮은 귀여운 외모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요.

 출전하는 대회마다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하던 신 선수의 성적표가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섰답니다. 우승을 한 번도 못 했거든요. 세계순위도 7위로 떨어졌어요. 올해 출전한 3번의 경기에서도 8위, 3위, 8위를 기록해 주변에서 슬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부진이 너무 오래가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지난 7일 신문 지면에 등장한 신 선수는 외모부터 산뜻하게 달라진 모습이었어요. 노랗게 염색하고 짧게 자른 머리 모양이 발랄하고 상큼한 느낌을 전해 주더군요. 20대 초반인 신 선수의 나이에도 썩 잘 어울리고요.

 인터뷰 기사에서 신 선수는 “앞으로 경기 결과를 보면 신지애가 지난 1년 동안 어떤 큰 산을 넘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어요. 외모뿐 아니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확 바꿨다는 말처럼 느껴지더군요. 지난해 성적에 대한 주변의 걱정도 싹 씻어 주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어요. “난 우승을 하지 못했을 뿐 부진하지는 않았다”고 말이에요. 승부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계에서는 1등이 아니면 패배라고, 우승을 못 하면 부진이라고 몰아가기 쉽지요.

 신 선수는 “우승이 최고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에서는 잘하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평가 기준을 정확히 제시했어요.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실수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골프에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죠. 우리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드네요. 못하는 걸 하나 더 하게 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에서 늘 벌어지는 실수를 줄여 가는 게 삶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냥 유명한 선수가 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신 선수가 말하는 훌륭함은 우승을 많이 하고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겠죠. 지난해 자신에 대해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내적 성장을 거듭했을 신 선수가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그가 말한 ‘훌륭한 선수’가 어떤 모습일지 올 한 해가 지날 무렵 확인할 수 있겠죠?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단. 왼쪽부터 심미향 위원·이정연 위원

NIE 다이어리

월요일

언어 습관 고치기: 내가 하루 동안 쓰는 말을 녹음해 보고 잘못된 언어 습관을 찾아 고쳐본다.

<2012년 2월 25일자 31면 ‘정말’을 안 쓰면 정말로 얘기를 못하는 정말 이상한 세상>

화요일

노래 가사 바꿔보기: 가요 노랫말의 지나친 반복 어구나 틀린 표현을 올바르게 개사해본다. 바꾸기 전후를 비교해 이야기해본다.

<2012년 3월 5일자 26면 “나 땜에 핫핫핫 … 뻑이 가요” 아이돌 가사 너무해>

수요일

가상 인터뷰하기: 한국계 혼혈인 벤 헨더슨을 인터뷰한다고 가정하고 적절한 질문과 답변을 예상해 기사를 작성해본다.

<2012년 3월 1일자 26면 ‘김치 파이터’ 핸더슨 “한국인이 김치 먹는 것 당연”>

목요일

공익 광고 만들기: 기사에 등장하는 부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공익 광고 콘티를 짜본다.

<2012년 3월 2일 1면 이 부부 ‘손의 대화’엔 거짓말이 없다>

금요일

묘사하는 글쓰기: 주변에서 봄을 상징하는 풍경을 찾아 글로 묘사해본다.

<2012년 3월 2일 22면 신고합니다 … 남산에 도착한 봄>

토요일

독서 목록 작성하기: 매달 가족이 읽을 책을 정하고 목록표를 작성한 뒤 실제 책을 구매해본다.

<2012년 2월 27일 E7면 책보다 빵 사는 데 돈 더 썼다>

이정연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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