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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엔 수입 냉동광어 2000t “15일을 기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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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는 15일에 가능한 한 빨리 수입신고를 할 겁니다.”

 부산의 수산물수입업체 보리의 관계자 말이다. 이 업체는 지난주 200t가량의 미국산 냉동넙치(광어)를 수입해 부산항 보세구역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 냉동넙치는 국내에서 구이·찜 등 반찬용으로 사용된다. 한·미 FTA 발효로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15일에 맞춰 통관하기 위해서다.

 미국산 냉동넙치 관세는 원래 10%이지만 한·미 FTA 발효로 1530t 물량에 한해 0%를 적용한다. 이를 알고 미리 부산항에 넙치를 들여놓고 대기 중인 수입업체만 10여 곳에 달한다. 창고에 쌓인 물량만 2000t 가까이로 추정된다. 부산본부세관 FTA과 김일권 계장은 “15일 하루 수입신고를 접수하면 냉동넙치의 무관세 물량이 전부 동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세관은 일단 15일 하루 동안 넙치 수입신고를 받은 뒤 업체들에 물량을 배분할 예정이다.

 미국산 물품을 수입하는 업체엔 한·미 FTA 발효가 곧 돈이다. 이 때문에 미국발 대형화물이 수입되는 부산본부세관엔 원산지증명 서류가 제대로 됐는지 미리 검증받으려는 수입업체들의 팩스가 수십 건씩 들어온다. 넙치처럼 무관세 물량이 제한된 식용감자·대두·명태·민어 수입에 대해 특히 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15일을 기다려온 건 수출업체도 마찬가지다. 준비된 수출업체엔 FTA 발효가 곧 기회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시몬스아이케이는 최근 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미국 세관에 미리 보내놓았다. 이 회사 미국지사로 보내는 물품이 한·미 FTA 발효일인 15일 미국에 도착해 통관될 예정이어서다.

이 회사의 주요 수출품인 엔진하우징에 붙는 관세는 이날부터 2.5%에서 0%로 즉시 떨어진다. 그동안 미국지사가 냈던 관세를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다. 이 회사 양경옥 과장은 “줄어든 관세만큼 제품 단가를 내릴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담요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남화통상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 바이어의 수출문의서(인콰이어리)에 ‘한·미 FTA 발효로 8.5%의 관세가 붙던 담요가 무관세가 됐다’는 내용을 담아 답변을 보내왔다. 줄어든 관세만큼 이익을 보는 미국 바이어가 긍정적인 답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회사는 올 초 서울세관의 컨설팅을 받아 담요 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서류 작성을 모두 끝냈다. 남화통상 조선희 과장은 “미국에서 주문만 들어오면 당장 15일부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수출·수입업체뿐 아니라 국경 없는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에게도 FTA 발효는 새로운 기회다. 수원에 사는 주부 김모(32)씨는 미국 인터넷쇼핑몰에서 150달러에 결제한 아이 옷을 15일 이후 한국에서 받을 수 있게 주문을 했다. 지금까지 특송물품은 배송료 포함 15만원 이하여야 관세가 면제됐다. 하지만 15일부터 한·미 FTA에 따라 의류·신발 등 일부 특송화물에 대한 관세면제 기준이 물품가격 200달러(배송료 제외)로 완화된다. “사놓고 관세를 물까 봐 국내로 배송하지 못했는데, FTA 발효로 마음을 놓게 됐다”고 했다. 회원 30만 명의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의 유성호 팀장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해외 쇼핑몰 구매에 대한 관심이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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