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반등 기대는 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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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주가가 다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미국 증시 따라하기' 가 계속된 가운데 '정현준 사건' 과 동남아 통화 위기 등이 가뜩이나 허약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중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매매 패턴을 보이면서도 결국 1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번주 증시도 반등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이 자생력을 잃은 상태에서 주변 요인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3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곧 마무리된다.

퀄컴.휴렛패커드.시스코.델컴퓨터 등 일부 대기업의 발표가 남아있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만기(10월말)가 지나면서 아시아시장에서 이들의 매도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둔화 움직임과 관련, 증시 자체가 기로에 서있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당분간 외국인에게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증산 발표로 지난 주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반전됐지만 국제 반도체 가격 약세가 계속되는 점이 부담스럽다. 주말 미국 증시는 강세를 나타냈으나 반도체주는 하락했다.

국내적으로는 오는 주말에 확정되는 퇴출기업 명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목받는 몇몇 대기업들은 이미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은 터라 과감한 조치는 예상되지 않지만 그래도 발표 내용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31일에는 통신업체들이 IMT-2000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누가 동기식을 맡게 될지 금방 판정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이 다시 시장의 테마로 떠오를 수 있다. 통신주의 시장 비중은 워낙 크다.

또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본격화한다지만 국내 뮤추얼펀드의 만기청산 매물 부담도 커지고 있어 수급 개선 여부는 속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주말(27일)에 봤듯이 현대그룹 유동성 문제가 다시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정현준 사건' 의 여파로 불공정 거래 기업 조사설이 난무하고 있어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지금 증시에선 주가가 내릴 만큼 내렸고 지수 500선 부근에선 몇 차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상승 기대감이 약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주에도 보수적인 투자자세가 요구된다. 낙폭 큰 재무구조 우량주, 배당투자 유망주 등에 순환매가 형성될 때를 겨냥한 투자 전략을 생각해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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