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유독 반대, 반미 아닌가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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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때 “사실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두 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2009년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회동 등을 가리킨 듯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와 같은 관례적·조건적 만남은 국내 정치적으론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남북관계 진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조건에선 안 만나는 게 만나는 것보다 남북 관계를 더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의 창은 열어놓되, 정상회담을 위한 정상회담은 안 하겠다는 거다.

 이 대통령은 재차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정은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젊은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아직 속단하기 빠르다. 과거 지도자들보다 더 폐쇄적일 것인가 개방적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 (북한) 국내적으로 어떤 위치에서 하느냐, 그런 것들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실패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개성공단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취임하고 나니 걸핏하면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 ‘기업들 내쫓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갑이 북한, 을이 우리였다. 현재 기업을 전부 철수하는 비용을 (조사)하니 감당할 수 있는 숫자더라. 그 이후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 일절 문을 닫겠다는 소리가 그 뒤에 없다… 지금은 대등하거나 우리 쪽 입장이 갑이 됐다.”

 이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라며 “경제 플러스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 갑갑하다”고 했다. 그러곤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건 혹시 이데올로기, 반미(反美)와 관련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 인사를 향한 비판은 또 있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일어난 촛불시위를 거론하며 “그 시위에 나오던 정치인들 중에 나하고 미국에서 가장 스테이크를 많이 먹었던 사람도 있다. 또 그 자제분들도 지금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종종 유머를 섞었다. 19년 걸린 새만금 사업을 두곤 “나 같으면 그렇게 오래 안 끈다”며 “물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1년 끌면 50% 예산이 더 든다. 건설업자는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3월 12일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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