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그바도 ‘돈 폭탄’ 맞으러 중국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아넬카(左), 드로그바(右)

니콜라 아넬카(33·프랑스)와 디디에 드로그바(34·코트디부아르)가 중국에서 함께 뛴다면?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중국 수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아넬카는 전 동료인 드로그바와 중국에서 같이 뛰게 될 것을 확신했다. 아넬카는 12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첼시의 동료 중에서 상하이로 데려올 수 있다면 드로그바를 데려오겠다”며 “나는 드로그바와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그가 상하이로 올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첼시를 떠날 때도 그에게 ‘언젠가 우리가 함께 뛰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2008~2009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아넬카는 최근 경질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35) 전 첼시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떠났다. 상하이는 이적료 640만 파운드(약 110억원)를 주고 아넬카를 데려왔다. 내친김에 상하이는 드로그바까지 노렸다.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가는 듯했으나 드로그바가 첼시에 남기로 결정해 불발됐다.

 그러나 상하이는 드로그바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쥔 상하이 구단주는 “드로그바가 등번호 11번을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11번을 비워 뒀다”며 드로그바를 향한 애정을 나타냈다. 주쥔 구단주는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 더나인을 소유하고 있다. 더나인은 2004년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약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뒤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광저우 헝다의 ‘돈폭탄 축구’가 다른 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 재벌인 헝다그룹이 2010년 광저우 구단을 인수하며 엄청난 돈을 투입해 화려한 선수단을 꾸렸다. 올해 처음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승리수당 600만 위안(약 10억원), 득점수당 200만 위안(약 3억6000만원)을 걸었다. 광저우는 지난 7일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5-1로 대파하고 수당으로만 약 28억원을 풀었다.

 중국의 차기 국가지도자가 유력한 시진핑 부주석이 축구 광팬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시진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외국인 선수와 감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이장수 광저우 헝다 감독은 “광저우를 따라 몇몇 구단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클럽 무대에서는 중국이 한국 축구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