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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2시46분 사이렌 … 달리던 열차도 멈춘 채 추도 묵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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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년 전 기적의 그 아이 10일 일본 자위대 소속 지바 고지가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시에서 생후 16개월 된 여아 이시카와 이로하를 안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야기 AP=연합뉴스]

3·11 동일본 대지진 1년을 맞은 11일 일본에서는 비극을 되새기고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추도행사가 열렸다.

 도쿄를 비롯한 전국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46분을 기해 일제히 묵념을 올렸다. 열차는 승객의 묵념을 위해 1분간 정차했다. 공항과 가설주택 등에서도 묵념을 위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도심 긴자(銀座)의 시계탑에서는 애도의 종 11번이 울려퍼졌다. 또 도쿄타워에는 ‘기즈나(絆·유대 혹은 정을 뜻함) 닛폰’이란 메시지가 점등됐다.

지바가 지난 해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고립된 주택에 사흘 동안 갇혀 있던 이시카와를 극적으로구조했을 때의 모습. [미야기 AP=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78) 일왕도 이날 오후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다. 심장수술을 받고 지난 4일 퇴원한 일왕의 참석은 막판까지 불투명했지만 7일 가슴에 고인 물을 빼내면서까지 본인이 출석에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참석시간은 당초 예정된 4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됐다. 일왕은 “세계 각지의 여러분이 보여준 깊은 정에 감사드린다”며 “이 대재난의 기억을 결코 잊지 말고 자손에게 전하고, 방재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지며 안전한 국토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도 추도사를 통해 “‘부흥을 통한 일본의 재생(再生)’이란 역사적 사명을 다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히비야(日比谷) 공원에 모인 일반 시민 1만여 명도 추도행사를 한 뒤 도쿄전력과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하며 “일본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큰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이와테(岩手)·후쿠시마(福島)현의 재해지역에서도 저마다 추도행사가 이어졌다. 주민 312명 중 93명이 희생된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 스기노시타(衫ノ下) 지구에선 살아남은 주민들이 ‘기즈나’란 글이 새겨진 위령비를 만들어 제막 행사를 열었다. 엔도 미키(遠藤未希·당시 24세)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피 방송을 하다 희생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의 방재청사 앞에선 이날 아침 일찍부터 많은 유족과 일반 시민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엔도의 대학 동창 4명도 이날 상복 차림으로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엔도의 친구 안도 유토리(安藤香都里·25)는 “‘미키야, 나 또 왔어’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며 “솔직히 미키가 당시 도망가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미키의 방송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했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큰 피해를 봤던 일부 지역은 이날 대규모 피난훈련도 실시했다. ‘그날’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훈련 날짜를 이날로 잡은 것이다.

 한편 도쿄전력의 니시자와 도시오(西澤俊夫) 사장은 이날 별도의 회견 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원전 주변 지역을 포함해 많은 분에게 대단한 폐를 끼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3·11 동일본 대지진 1년 맞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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