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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할증 50원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서울외곽고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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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청계영업소에서 요금을 내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선 5% 주말할증요금제 도입 후 주말 요금이 1050원으로 오르면서 요금 계산 시간이 늘어났다. [안성식 기자]

주말이던 10일 오후 3시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청계영업소. 요금소 부스마다 차량이 14~15대씩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주말보다 줄이 길었다. “왜 그럴까”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주말·공휴일 할증 50원 미리 준비’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 5% 할증’이 원인이었다.

 통행료가 1000원인 외곽순환선 영업소들에서는 주말엔 1050원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불평이 쏟아진다. 운전자 이모(34)씨는 “평소에도 잘 안 쓰는 50원을 통행료에다 붙여놓다니 어이가 없다”며 “2000원 내고 950원을 거슬러 받자니 시간도 걸리고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요금소 직원도 “평일엔 1000원 한 장만 받으면 되는데 주말에는 50원 때문에 거스름돈도 많이 준비해야 해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인근 성남요금소에도 부스마다 8~9대의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 5% 할증 제도가 논란이다. 이 제도는 주말에 전국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더 받아 차량 수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통행량 감소 효과는 거의 없고 불편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외곽순환선처럼 평소 통행료 1000원에 5% 할증이 붙어 50원을 더 내는 사례가 문제다. 50원짜리 동전을 구하기도 어렵고 지폐를 더 꺼내 요금을 내다 보니 혼잡해졌다. 교통량 감소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 외곽순환선은 할증 요금 도입 전인 2010년 12월의 주말 교통량이 평균 72만 대였다. 그러나 도입 후인 지난해 12월엔 74만여 대로 오히려 2만 대가량 늘었다.

 회사원 김모(31)씨는 “50원 더 받는다고 주말에 자동차를 안 몰고 나가겠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온갖 항의를 다 받는 도로공사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공 관계자는 “요금정책 권한이 국토부에 있어 거기서 정해 내려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준비 상황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연구실장은 “외국은 주말에 20~30%가량 요금을 더 받는 경우가 많은데 5% 할증만으론 교통량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할증폭 조정과 시간대별 요금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필 서울대 교수도 “이미 혼잡이 심각한 고속도로에서 요금을 약간 올려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하이패스 이용률이 60%에 불과해 여전히 현금으로 통행료를 내는 운전자가 많다는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권오성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통행요금 프로그램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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