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연구 대가… 고 강성욱 교수 소장 책, 목록으로 정리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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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1821~1867) 연구의 석학으로 유명한 고 강성욱 교수(1931~2005·사진)의 장서 목록이 발간됐다. 한 학자가 소장해온 책의 목록이 단행본으로 묶인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강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1966년부터 96년까지 고려대 불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보들레르를 기점으로 하는 현대 프랑스 시 연구의 틀을 정립한 학자로 평가받았다.

 강 교수는 생전 자신의 방과 서재·거실 등에 불문학은 물론 인문학 전반에 걸친 2만여 권의 책을 정리했다. 특히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 『악의 꽃』 초판본(1857년판) 등 세계적으로 희소 가치가 높은 자료도 많다.

 고려대 불문학과 측은 그의 사망 직후 ‘강성욱교수장서목록간행위원회’를 꾸려 7년간 목록 정리를 했다. 올 초 작업이 마무리 됐고, 지난달 고려대출판부에서 716쪽 분량의 『강성욱교수장서목록』을 펴냈다. 이 목록은 강 교수가 생전 서지에 보관했던 순서대로 일련 번호를 부여해 제목·저자명·출판사명·출간연도·쪽수 등을 기록했다.

 목록에 실린 책은 대부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됐다. 강 교수가 보관했던 불문학 관련 서적 등 1만 8000여 권이다. 그 가운데 보들레르 관련 책과 자료(975권의 책과 627점의 문헌 자료)는 지난달 초 고대 도서관에 마련된 ‘강성욱 보들레르 특수 컬렉션’에 별도 보관됐다.

 강 교수는 평생 불문학 연구에만 매달린 학자였다. 일흔이 된 그가 제자들에게 “내가 요즘 하루 8시간밖에 공부를 못 한다”며 안타까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제자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불문학)는 “보들레르 연구의 대가이신 선생님의 장서 목록을 보면 보들레르는 물론 불문학 연구 전반에 대한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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