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스타 스토리13. 구도 기미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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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나라 야구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야구선수들도 평생의 소망이 한번이라도 재팬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보는 것일거다.

하지만 재팬시리즈 우승한번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게 현실이다. 비근한 예로 일본프로시절 4년연속 다승왕에 올랐던 노모 히데오나 158km란 일본 최고의 강속구를 던졌던 이라부 히데키도 일본에서의 현역시절 한번도 재팬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재팬시리즈 우승이란게 개인의 능력으로만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점에서 볼때 구도 기미야스(37)는 그 누구보다도 축복받은 선수라 할 수 있다. 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구도는 '우승청부사'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우승을 몰고다니는 승부사다. 82년 데뷔이래 지금까지 구도는 세이부,다이에,요미우리 3팀을 두루돌며 재팬시리즈 우승 9회,리그 우승 14회를 경험한 우승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구도는 82년 데뷔때부터 우승을 맛본 투수다. 82년 나고야전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이부에 입단한 구도는 처음부터 유망주로 주목을 끌며 시즌시작과 동시에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가는 파격을 누렸다.

그러나 19살 구도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선발로서 변변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구도는 곧바로 중간계투로 보직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후 구도는 82-83,2년동안 중간계투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세이부의 일본시리즈 2연패에 일조했다.

그렇지만 이때까지 구도가 일본시리즈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리즈의 사나이로 떠오른 건 86년부터,즉 모리 마사아키 감독이 이끌던 '세이부 왕국' 시절부터였다.

이 시절 구도는 86년 11승을 시작으로 88년까지 3년연속 두자리승을 올리며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구도는 85,87년 방어율 1위, 87년 승률 1위에 오르는 활약으로 세이부를 3년연속 퍼시픽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정상급 투수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재팬시리즈에 들어와서 구도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했다. 재팬시리즈에서 구도는 86,87 2년연속 일본시리즈 MVP에 등극하는 등, 세이부의 86-88년 일본시리즈 3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우승청부사로서의 서막을 열었다.

88년 우승이후 2년간 구도는 그동안의 무리한 투구와 부상 탓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91년 16승3패로 승률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후 다시 제 모습을 되찾은 구도는 93년 15승3패,방어율 2.06의 빼어난 성적으로 퍼시픽리그 승률,방어율 1위와 MVP에 오르는 등, 94년까지 매해 10승 이상을 거두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구도가 에이스로서 활약한 이 4년동안 세이부는 94년까지 리그우승을 4년연속으로 해냈고, 재팬시리즈도 2번이나 재패하며 '세이부 전성기'를 구가했다.

95년 FA를 행사해 왕정치 감독의 다이에로 이적한 후에도 구도의 위력은 여전했다. 이적 첫해 구도는 12승5패의 성적으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다이에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후 99년 구도는 11승 7패,방어율2.38에 196탈삼진으로 리그 방어율,탈삼진 1위에 오르며 다이에를 26년만에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뒤이어 벌어진 센트럴리그 MVP인 노구치와 맞대결한 주니치와의 재팬시리즈 1차전에서 구도는 13탈삼진을 잡아내며 3:0 완봉승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피칭으로 다이에에 35년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1차전 완봉승으로 구도는 시리즈 통산 개인 최다탈삼진 신기록(86개)과 함께 7승째(5패,3세이브)를 거두며 재팬시리즈 최고의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다시한번 과시했다.

99년 우승이후 구도는 다시한번 FA를 선언하고 센트럴의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그런데 이때 후쿠오카 팬들은 이적을 만류하는 서명운동에 무려 15만명이나 참가하며 구도의 다이에 잔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구도는 자비 1,500만엔을 들여 미안하다는 사과엽서를 다이에 팬들에게 일일이 보낸후 끝내 요미우리로 떠났다. 그리고 올시즌 구도는 요미우리의 에이스로서 12승을 올리며 다시한번 요미우리에 4년만의 리그우승을 안겨주는 기염을 토했다.

구도는 15년이 넘게 일본에서 정상급 투수로 활약하는 투수이니만큼 장점이 많은 투수다. 일단 좌완이라는 이점에 컨트롤이 매우 정교하다. 또 직구는 아직도 힘이 있고 구질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와 나이를 먹어선지 체력이 떨어지고,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또 재팬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 강한 모습역시 구도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2000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뉴욕 메츠의 좌완투수 알 라이터도 구도와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3팀에서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토론토와 플로리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라이터는 메츠에서 3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6번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기록이다.

메이저에서도 정말 어려운 이 대업에 일본프로야구의 37세 노장 투수가 이번 'ON'시리즈에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미 재팬시리즈 1차전에서 구도는 호투했지만 홈런으로 무너지며 승리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앞으로 요미우리가 우승하는데 구도의 역할이 절실하다. 앞으로 요미우리의 19번째 재팬시리즈 재패와 구도 개인의 15번째 일본시리즈 우승 그리고 각기 다른 3팀에서의 우승이란 대기록이 구도 자신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구도가 이번 시리즈에서 승리해 이 모든것을 이룬다면 그는 재팬시리즈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구도 기미야스(工藤 公康)

생년월일: 1963년 5월 5일
신장,체중: 176cm,80kg
투타:좌투좌타 백넘버:47
소속팀(82-94 세이부,95-99 다이에,2000- 요미우리)
통산성적:2386.2이닝,162승89패,2016탈삼진,방어율 3.16(99년까지)
올해성적:136이닝,12승 5패,148탈삼진,방어율3.11(2000년)

수상경력:87,91,93,2000 승률1위, 85,87,93,99 방어율1위
93,99 퍼시픽리그 MVP, 96,99 탈삼진1위
87,93 베스트나인, 94,95 골든글러브 수상
86,87 재팬시리즈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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