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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이 만난 사람] 청년층 불안한 건, 부모세대의 불안 흡수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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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쯤 되면 심리치료사나 심리분석가’라는 말도 어울릴 듯하다. 네 번째 심리에세이 『만 가지 행동』(사람풍경)을 펴낸 소설가 김형경(52·사진)씨다. 이번 책은 여행과 치유, 애도를 다룬 3부작 『사람 풍경』과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에 이은 신작. 그는 “이별에 대한 심리를 다룬 『좋은 이별』을 마지막으로 심리에세이는 그만 쓰려고 했다”고 말을 꺼냈다.

 -또 다시 심리책이다.

 “『좋은 이별』로 다 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석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과 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몰랐다. 하지만 심리 치료에서 ‘훈습(薰習·working through)’의 방법과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 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쓴 셈이다.”

 훈습은 불교 용어에서 따온 말로 쉽게 말하면 훈련을 통해 몸에 배게 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가 제시한 훈습의 첫 단계는 낡고 오래된 성격과 생활 방식 버리기다.

 -‘유아기와의 결별’을 주장한다.

 “인간은 자립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모에게 잘 의존할까를 고민하는 존재인 탓에 사랑받고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심리적 분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자립을 이뤄야만 어른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기획해서 판단하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발적 왕따’를 제안한다. ‘유년기의 나’를 버리고 분화할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갈등이나 문제를 담아 두고 소화할 수 있는 내면의 심리적 공간(테메노스)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SNS 등 과잉네트워킹의 시대에 자발적 왕따라니.

 “관계를 만들고 조직을 만드는 건 약자의 생존법이다. 감정의 부정적인 요소를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는 탓에 관계를 만들고 의존하는 것이다. 온라인의 악플도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다.”

 -요즘 청년이 더 불안해하는 이유는.

 “양육환경 탓이다. 대가족 사회와 달리 부모와 긴밀하게 연결돼 그들의 감정에 심하게 노출됐다. 자녀는 부모의 정서를 고스란히 흡수한다. ‘88만원 세대’의 부모는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나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불안 1세대’다. 이들의 불안이 자식에게 전해져 ‘불안 2세대’가 됐다. 2세대의 자식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이다. ‘불안 3세대’인 셈이다. 신경증은 유전될수록 더 심각해진다.”

 -부모가 바뀌어야 하는 건가.

 “그렇다. 자식이 부모와 덜 떨어진 상태를 효도라고 강요하지만 이는 부모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자립적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떠나 보내 주는 거다.”

 -정신분석이나 심리치유가 필요한 이유는.

 “나를 억압하는 것, 내가 피하려고 하는 것을 직시하게 되면 갈등을 빨리 처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나를 황폐하게 하는 일에서 빨리 벗어나게 돼 감정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심리치유를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려면.

 “남 탓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내 탓을 뜻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는 것이다. 그게 어른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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