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자치단체 수익사업 회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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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들의 수익사업 관리가 엉망이다.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뛰어들어 애를 먹는 운영상의 문제는 물론 회계관리도 엉터리다.

그 결과 재정 확충이라는 목적에 어긋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데도 그 실태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책임규명과 개선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와 2백32개 시.군.구가 벌인 경영수익사업은 지난해말 현재 총 1천3백3건. 본사 취재팀은 이들의 경영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자치단체별로 자료를 요청했다.

결과는 한건도 예외없이 흑자였다. 행정자치부에 보고된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흑자규모는 수입 6천1백18억9백만원에서 지출액 2천13억6천4백만원을 뺀 4천1백4억4천5백만원.

그러나 구체적 사례를 파악한 결과 실제 적자를 낸 사업들이 흑자로 둔갑하고, 적자 사업은 실적 통계에서 아예 제외하는 등 상당수가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엉터리 통계=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백92건의 사업을 벌인 전남도는 적자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양군이 4년여 동안 22억4천3백만원을 투자, 지난해 조성한 남면 가암리 1만8천1백여평의 전원주택 38가구는 6가구만 분양돼 현재까지 11억1천4백여만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는 98년 개장한 목련공원(공원묘지)사업으로 2억4천8백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으나 실제 경영실적은 지출(7억2천3백만원)이 수입(4억8천2백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고의 누락도 있다.

서울 도봉구는 지난해 1월 관내 업체들과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양돈사업을 위해 ㈜도봉을 설립, 5억5천9백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돼지발육 부진과 판로 개척난으로 지금까지 한푼도 건지지 못했지만 수익사업 통계에서 제외됐다.

경남도 역시 산청군이 96년부터 민간업체와 생수사업을 하며 지난해 3억8천만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수익사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 문제점=수지계산 때 해당 연도의 수입.지출.수익액만 따질 뿐 경영회계의 기본인 인건비와 초기투자비 등은 대부분 제외하고 있다.

이처럼 주먹구구식인데도 회계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개선노력이나 의회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한 지방의원은 "개별 사업에 대한 손익자료를 입수할 수 없어 행정감사를 하기가 힘들다" 고 말했다.

◇ 대책=경상대 남궁근(행정학)교수는 "지자제가 발달한 미국.유럽 등과 달리 지자체가 수익사업을 남발하는 것이 문제" 라며 "주민 감사청구제 등 견제.감시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33)간사는 "잘못된 수익사업 때문에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가 많을 것" 이라며 "사업별 실적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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