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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이러다 총선에서 철퇴 맞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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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상임고문이 탈당했다. 서울 관악갑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그는 “반칙이 난무하는 민주당은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데 따른 악담일 수 있지만 ‘반칙이 난무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나 싶다. 민주당의 1, 2, 3차 공천결과를 보면 도대체 무슨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 고문의 경우 정치자금 관련 사건에서 유죄 선고 받은 전력이 도덕성이란 잣대에 걸렸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이부영(서울 강동갑)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겐 같은 잣대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 관문을 통과한 이 전 의장은 경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다른 데서도 벌어졌다. 같은 전직 의원이라도 노무현계나 옛 열린우리당 출신에겐 공천장이, 김대중계나 옛 민주당 사람에겐 낙선 통보가 주어지는 사례가 빈발했다.

 그런 가운데 이화여대 출신인 한명숙 대표가 주요 당직에 동문을 중용한 데 이어 전략공천과 관련해서도 동문을 각별히 챙기는 행태를 보여 빈축을 샀다. 최근 박지원 최고위원이 “옛 민주계 공천 학살, 친노 부활, 특정 학교 인맥 탄생 등의 평가가 나오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이뤄진 민주당 공천은 한마디로 실패작이다. 원칙이 없는 건 물론이고 쇄신과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당이 개혁을 한다고 큰소리쳤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새로 영입한 인재라고 내놓은 10여 명 중 눈길을 끄는 이는 없고, 그나마 대다수가 법조인이어서 불균형이 심하다.

 이런 무원칙, 무쇄신, 무감동의 3무(無) 공천은 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린 만큼 공천을 지도부 나눠먹기식으로 적당히 해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의 산물인 것이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모바일 경선과 관련해 선거인단 불법 모집이 이뤄졌고,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에도 당이 그곳만 무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다른 지역의 문제는 그냥 덮고 가기로 한 것도 오만과 안이함의 발로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총선에서 철퇴를 맞을지도 모른다. 최근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에 역전당한 게 그 신호일 수 있다.